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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72> ‘전시·컨벤션 유치 산업’ 마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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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제주도는 9월 한 달간 중국인들로 섬 전체가 들썩였습니다. 중국 바오젠(寶健)일용품유한공사 직원 1만1200명이 인센티브 관광에 나선 것입니다. 바오젠 관광단은 지난달 13일부터 2주 동안 401억원의 직접 경비를 썼습니다. 이들이 제주 지역에 남긴 경제적 파급효과는 914억원에 달합니다. 이런 보상 관광이나 기업 회의를 통해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마이스(MICE) 입니다. ‘굴뚝 없는 황금 산업’으로 떠오른 마이스에 대해 알아봅니다.

최경호 기자

마이스(MICE)란

컨벤션·박람회의 관광단을 유치하는 마이스(MICE)가 ‘황금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13일 중국 바오젠(寶健)일용품유한공사의 인센티브 관광단이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기업 회의(Meeting), 인센티브 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다. 기업 임직원이나 관광객을 대규모로 유치하는 행사를 말한다. 참가 인원이 많고 부가적 경제효과도 커 관광산업의 블루 오션(blue ocean)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회의를 뜻하는 컨벤션이 회의와 관광, 전시박람회 등을 포함한 복합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생겨난 영역이다. 공해가 없고 수익성이 높아 대표적 ‘미래 산업’으로 꼽힌다. 최근엔 대형 이벤트(Events) 부문도 시장에 포함될 정도로 관련 분야가 커지고 있다.

국내 마이스 산업의 역사

국내에서 열린 첫 번째 대규모 회의는 1915년 4월 조선호텔(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전 조선 기자대회’다. 이 행사는 관공서나 고궁에서 열렸던 기존 회의와 달리 호텔에서 열렸다. 해방 이후에는 65년 제14차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총회가 개최되면서 컨벤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79년 PATA 총회를 두 번째로 개최한 뒤에는 한국관광공사에 국제회의부가 설치됐다.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 개최로 외국인 관광객의 중요성을 실감한 한국은 컨벤션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의 잇따른 개최로 마이스 산업의 역량을 키워갔다. 한국은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컨벤션 산업의 중흥기를 맞았다.

10년간 국제회의 세 배로 증가

국내에서 마이스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09년 1월 정부가 이 산업을 17개 국가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하면서다. 당시 정부는 2007년 기준으로 4조원대였던 마이스 산업 규모를 2018년에는 22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 코엑스, 고양 킨텍스, 부산 벡스코, 대구 엑스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등 12개의 대형 컨벤션센터가 있다. 2000년 5월 코엑스를 시작으로 10년 새 컨벤션센터 9곳이 차례로 문을 연 것이다. 또 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마이스 산업을 전담하는 기구 7곳이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프라 확충의 결과로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회의는 세 배로 증가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전시·회의시설 확충이 관련 업계의 성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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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회의 유치 세계 5위

국내 마이스 산업은 서울을 중심으로 발달해오다 최근엔 부산과 제주가 거세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국제협회연합(UIA)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201건의 국제회의를 개회해 전 세계 도시 중 5위에 올랐다. 부산과 제주는 각각 17위(93건), 27위(67건)를 기록했다. 제주의 경우 지난해부터 대규모 인센티브 관광단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인센티브 관광단은 한번에 2000~1만 명씩 제주를 찾아 ‘큰손’으로 떠올랐다. 경기도와 대구·대전·광주·인천·창원시 등도 컨벤션 중심 도시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내년에 마이스 관광객 63만 명을 유치해 UIA 기준으로 세계 5위권 국가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올해 목표인 54만6000명에 비해 15%(8만4000명) 성장한 규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마이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내년에만 166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100명 입국 땐 자동차 21대 수출 효과

한국관광공사는 국제 전시·컨벤션 행사에 100명의 참가자나 관광객을 유치하면 중형 자동차를 21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42인치 LCD TV 1531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이처럼 컨벤션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크다. 지난해 코엑스에서 열린 G20 회의의 경우 참가자 1인당 평균 2488달러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 참가자들은 일반 관광객에 비해 두 배 이상 돈을 쓰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에서 실적이 우수한 직원에게 해외여행의 기회를 주는 인센티브 관광도 일반 관광객에 비해 소비 규모가 훨씬 크다. 회사가 항공료와 숙박비 등의 주요 경비를 대주는 데다 본인도 개인 돈을 쓰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침은 호텔에서 먹고, 점심과 저녁은 관광지 내 식당을 이용한다. 단체관광을 제외한 일정을 틈타 백화점이나 재래시장 등에서 쇼핑을 한다. 대규모 관광단이 몰린 지역의 음식점과 상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이유다.

작년 일자리 12만8726개 만든 ‘미다스의 손’

마이스는 ‘황금 관광객’을 낳는 산업이다. 경희대 컨벤션전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마이스 산업의 총 파급효과는 17조8237억원이다. 마이스 관련 업계를 통해 직접 벌어들인 돈만 12조2054억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12만8726명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의 국제회의 개최 건수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01년 134건이던 국제회의 개최는 지난해 464건으로 늘었다.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전시·컨벤션 시설을 확충하기 이전인 2006년 14위(185건)에서 지난해에는 8위까지 올라섰다. 이미 우리나라는 일본·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 빅3’로 자리 잡았다. 마이스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5~10%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전시·컨벤션 시설을 경쟁적으로 확충하며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컨벤션 시설 외에도 국가 차원의 유치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마이스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경제적 파급효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이스는 행사 규모 자체가 큰 데다 방문객이 지출하는 금액이 일반 여행자보다 월등히 높다. 또 고용창출 효과가 커 중국·일본·싱가포르·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 중이다. 마이스는 국가 인지도나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마이스 관광객들의 입소문이 해당 국가에 대한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제회의 참가자는 각국 해당 분야의 여론 주도층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회의에 참가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홍보대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두주자 독일

독일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교역 활성화를 통한 산업 발전을 위해 오래전부터 전시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독일은 세계 주요 산업전시회의 절반 이상이 열리는 전시산업의 선두주자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전시산업을 키워온 독일엔 매년 약 1700만 명이 각종 전시회를 찾고 있다. 이 때문에 전시료와 관람객 수입만 연간 120억 유로(약 19조원), 경제유발 효과는 250억 유로(약 40조원)에 이른다. 이는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으로, 마이스 업계에서만 연간 2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49만㎡ 규모의 하노버 전시장을 비롯해 독일 전역의 22개 전시장은 세계 모든 산업 분야의 상품을 전시할 수 있다. 전시장 인프라와 함께 대규모 전시 기획 등을 위한 체계적 교육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도 독일 마이스 산업의 경쟁력이다.

일본·호주 등도 사활 걸어

일본과 호주, 싱가포르, 유럽 등도 비즈니스와 관광의 융합 추세를 반영해 마이스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마이스 분야의 아시아 1위 국가인 일본은 지난해를 ‘Japan MICE Year(일본 마이스의 해)’로 선정해 공격적 마케팅을 했다. 정부와 업계가 마이스 홍보에 적극 나선 결과 UIA 기준 국제회의 개최 순위가 2009년 5위(538건)에서 지난해 2위(741건)로 올라섰다. 호주는 마이스 산업을 국가 주요 산업으로 선정해 인센티브 및 전시·컨벤션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싱가포르와 마카오 등도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과 베네시안 마카오 호텔(Venetian Macao Hotel) 등 복합 단지를 앞세워 회의·전시·카지노·쇼핑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김대관 경희대학교 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마이스는 직·간접적인 경제유발효과가 30조원을 넘어서는 황금 산업”이라며 “외국기업과 대규모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우리만의 관광·전시 브랜드를 육성하는 등 경쟁국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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