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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나라, 한국 디자인에 꽂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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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은학·윤현진의 ‘빛 속의 빛’. 겹겹으로 표현한 램프는 한옥 공간의 깊이감을 담아냈다.

감각, 잠재력, 도전, 차세대, 미래….

 이런 단어가 주는 무게가 특히 남다른 곳이 있다. 디자인 분야다. 전통을 알고, 시대의 흐름을 꿰면서도 10년 뒤, 그리고 50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 해외 디자인 전문가들은 예민한 촉수를 곤두세우고 미래 디자인의 향방을 부지런히 모색한다. 이제는 그들이 한국 디자이너들의 활약을 주시하고 있다.

 채정우·슬기와 민·이성용·홍혜진 등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세계의 대표적인 디자인 뮤지엄인 트리엔날레 디 밀라노 뮤지엄(Triennale di Milano Design Museum)에서 전시된다. 28일부터 내년 2월 19일까지 열리는 ‘바이탈리티(Vitality):코리아 영 디자인’ 전시다.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은 패션·디자인 분야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곳으로 세계에서 최상급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한국 디자이너 12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를 마련한 것이다. 흔히 있는 정부간 문화 교류전이 아니다. 국내서 기획해 대관을 요청한 전시도 아니다. 트리엔날레 뮤지엄에서 공식으로 한국에 전시를 요청한 초청전이라는 점에서 ‘디자인 한류’ 신호탄에 비견할 만하다.

박서연의 ‘블로섬’. 한국 백자의 미감을 현대적인 테크닉으로 풀어냈다.

 ◆ “한국 디자인 궁금해”=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2010 디자인 한마당’ 총감독이었던 최경란 교수(국민대 동양문화디자인연구소 소장)는 전시가 끝난 뒤 안드레아 칸첼라토 트리엔날레 뮤지엄 관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한국을 방문해 전시를 꼼꼼히 보았던 안드레아 관장은 “한중일 문화 전시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전시 기획과 큐레이팅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한중일 문화 전시는 당시 최 교수가 직접 큐레이팅을 맡았던 전시다. 최 교수는 “주최 측에서 절제·배려 등 동양적 가치를 담고 있으면서도 생동하는 에너지를 품고 있는 한국 작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 같다. 더 새로운 것, 더 미래의 것을 찾는 이들에게 한국 디자인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 간 전시를 준비했다. 디자인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그 비전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성용의 ‘쌓을 수 있는 스툴’. 100% 종이를 재료로 한 혁신적인 제품.

 ◆여유와 유머, 새로움=전시작은 그래픽·패션·텍스타일·가구·도예·비디오 작품 등 다양하다. 지난 5월 출범한 BMW 구겐하임 연구소의 그래픽을 담당해 주목 받은 디자이너 ‘슬기와 민’(최슬기·최민), 한글 글꼴 디자이너 류양희도 참여한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은학·윤현진은 한옥의 액자 구성을 활용한 ‘빛 속의 빛’과 소반 모양의 램프를 선보인다.

 칼아츠에서 영화·비디오를 전공한 하준수의 비디오 작품 ‘일상의 12가지 풍경, 스펙터클’, 우리가 도시에서 흔히 듣는 소리를 그래픽 이미지로 표현한 정진열의 ‘어번 노이즈’(도시의 소음)도 주목된다. 영상과 소리와 위트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독특한 작품들이다.

 최 교수는 “작품을 모아 보니 완벽함과 긴장감보다 한국 정서의 특징인 여유와 유머를 내세운 점이 돋보였다. 한국 디자인의 힘을 보여주고, 젊은 주역들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동양문화디자인연구소 홈페이지(ocdc.or.kr)에서 볼 수 있다.

이은주 기자

김상훈의 ‘평상’. 아트와 실용적인 디자인을 접목했다.

◆‘바이탈리티’ 전시 참여 디자이너

슬기와 민(그래픽) 하준수(비디오) 정진열(그래픽) 류양희(한글 글꼴 디자인) 이은학·윤현진(제품) 김채영(텍스타일) 김상훈(가구) 박서연(도예) 홍혜진(패션) 채정우(공간) 이성용(제품) 김도형(그래픽)

◆트리엔날레 디 밀라노(www.triennale.org)=이탈리아 밀라노에 자리한 디자인 전문 뮤지엄. 디자인·건축·미디어 아트 등 현대 시각 예술의 흐름을 꿰뚫는 작품을 전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1923년 시작돼 밀라노에서 3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디자인·건축전 트리엔날레가 이곳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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