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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로 나눔을 실천합니다 양천구 한의사회 김철·심태섭씨

중앙일보

입력

양천구의 저소득 주민들에게 무료 시술을 하고 있는 영재한의원 심태섭(왼쪽) 원장과 예강한의원 김철 원장.

 한의사 김철(39·양천구 신정동 예강한의원)씨는 매년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떠나는 때가 되면 일주일 동안 병원 문을 닫는다. 태국이나 제3세계 국가로 의료 봉사를 떠나기 위해서다. 6년 동안 따로 개인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

 여기에 더해 김씨는 최근 양천구 내의 어려운 지역주민들을 돕는 ‘디딤돌 사업’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디딤돌 사업은 지역의 의료기관이나 상점, 문화단체 같은 사업체가 같은 지역의 저소득 주민에게 도움을 주도록 연결해주는 서울시의 나눔 프로그램이다. 병원은 무료 진료를, 문화단체는 무료 공연이나 책을 지원하는 식이다.

 “환자 중에 디딤돌 사업을 추진하는 구청직원 분이 있었어요. 제가 일주일 병원 문을 닫고 의료봉사 떠난 것을 뒤늦게 알고, 디딤돌 사업을 조심스레 제안하시더군요.”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자비를 들여 해외봉사도 가는데,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게 뭐 어렵겠냐는 생각에서다.

 사실 해외 의료봉사에 나서면 현지 사정이 말할 수 없이 열악한데다 하루에 1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기도 한다. 김씨가 자주 찾는 곳은 태국 코랏 지역인데 ‘허준’이나 ‘대장금’ 같은 한류 드라마의 영향으로 주민들은 한방 침을 신기해하며 맞고 싶어한다. 실제 퇴행성 관절 질환 환자들이 많아 한방 침이 크게 도움이 된다.

 김씨는 디딤돌 사업을 양천구 한의사회모임에 전파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구청 직원에게 처음 제의를 받은 날 마침 한의사회 모임이 있었는데 그는 디딤돌 사업을 설명하고 같이 참여할 것을 권했다. 한의사회에 해당된 150여 개 병원 중 15곳이 참여를 결정했다.

 김씨는 “사실 지금도 내가 봉사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는 생각지는 않는다”며 “나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많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봉사를 다니며 배우는 게 많다. 진료 과정에서 안 아프게 침을 놓는 것 등을 고민하면서 의사로써의 기술도 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심태섭(35·양천구 목동 영재한의원)씨 역시 이번 디딤돌 사업에 동참한 양천구 한의사회의 일원이다. 심씨가 의료봉사에 관한 생각을 굳힌 것은 2002~05년 경상남도 산청군의료원에서 보건소 사업인 ‘방문 의료’를 맡아 하면서부터다. “시골에 사는 독거노인의 생활은 말이 아니다”라고 운을 뗀 심씨는 “호적상 자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없는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아 혼자 힘들게 산다”고 안타까워했다. 독거노인들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해 치료를 받으려면 병원까지 택시를 타야 한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 말고는 별도의 수입이 없어 1만~2만원의 택시비도 힘들어한다. 이같은 노인들을 찾아 다니는 방문치료를 하면서 좀더 체계적으로 봉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실제로 의료봉사 현장에 가면 한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 다. “일단 침 치료를 어르신들이 무척 좋아한다”는 심씨는 “단지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진료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체하거나 다리를 삐끗한 정도라면 한번 진료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보통은 꾸준히 진료해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침을 놓는 것을 기준으로 보면 환자 한 명당 일주일에 한 번, 적어도 10회 이상의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당시 이러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정리해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는 심씨는 “그 후 병원을 옮기게 돼 실제 진행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심씨는 “저소득층의 주민과 병원을 연결해주고,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디딤돌 사업이 그때 내가 구상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디딤돌 사업제안을 받고 심씨의 마음이 크게 움직인 이유이다.

 심씨는 탈북자들을 위한 무료진료도 하고 있다. 서울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직장이 있지도 않은 탈북자들은 생활수급대상자로 구분되는데, 그들을 위한 의료봉사를 1년전부터 하고 있다. 역시 5~6명의 환자가 꾸준히 찾아오는 방식이다.

 그는 이번 디딤돌 사업에 남들보다 많은 5명의 환자를 보겠다고 자청했다. 또 “환자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세번씩 와달라고 할 계획”이라는 심씨는 “크게 마음먹어야만 봉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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