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 Comic Fair 관람기] 동인지·팬시 판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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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지·팬시 판매전

행사의 본류인 동인지·팬시 판매전의 열기는 언제나 뜨겁다. 한결 넓어진 공간으로 인해 책을 들춰보는데에도 사람에 치어 괴로운 상황은 그다지 많이 발생하진 않았으나 수준급의 회지를 선보인 동인의 부스 앞은 역시나 장사진.

회지 뿐만아니라 화려하고 귀엽게 그리고 엽기적으로 꾸며진 디스플레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호객행위(?) 또한 상당히 재미있어졌다. 이미 수차례의 행사를 통해 반강제적인 이끌림이 오히려 점수를 깎인다는 것을 통감한 듯 그다지 억지성 짙은 행위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대신 소도구를 이용하고 단체 코스튬을 맞춰입는 등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중 압권은 이번에 처음으로 나온 〈몽미〉의 소도구로, 종이로 만들어졌지만 속에 심을 박아 6Kg정도의 무게가 있는 대검을 든 채로 1분을 버티면 팬시를 한 개 주는 호객행위였다.
500원을 내고 행사에 참가해야 하는, 결국은 팬시 판매가 목적이지만 검에 쓰여져있는 글귀가 재미있었다. "소년이여 가츠의 후예가 되어라". 검의 모양과 크기도 그렇거니와 〈베르세르크〉의 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보고 싶게끔 만드는 아주 재미난 아이디어였다.

행사를 겪어가면서 어느정도 계파(?)랄지 기류랄지...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어가는 느낌이 드는데 이번 아카전은 왠지 그 색깔이 좀 더 확실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이를테면 ① 자신들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부류나 〈원피스〉 〈봉신연의〉 등 인기만화를 패러디하는 부류(Khai님, [이난], [K's family] 등) ② 진서하님을 비롯, TAMA(유현)님 등 〈환상수호전〉 〈파이널 판타지〉 같은 인기 게임을 주로 패러디하는 부류 ③ 〈드래곤 라쟈〉 패러디 -이미 라이센스 코믹스로도 나왔지만 동인분들의 패러디 캐릭터 표현력과 비교대상이 되지 못하며 그 패러디의 주체는 원작임- 나 〈마계도시 블루스〉 등의 소설이 원작이 되는 작품의 캐릭터를 중심으로한 패러디를 내는 부류([Limit Breakers] 등) 정도.

회지의 내용은 그전과 그다지 다를 것은 없어보였으나 대체적으로 한때를 풍미하던(?) 〈봉신연의〉,〈바이스 크로이츠〉, 〈원피스〉 등의 인기작 패러디는 약간 주춤해지는 경향이 보이며, 본행사 사이의 미니 행사여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수준높은 오리지널 회지의 수가 많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에 〈나루토〉 등 국내에 라이센스로 들어오지 않은 작품들의 패러디 등이 간간에 눈에 띄어 구하기 어려운 작품임에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열정을 쏟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인기동인인 [이난] [HUSH] [마음만은 메르헨] [낭만시대]등의 부스 앞에는 시종일관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으며 수준높은 봉신연의 패러디집과 오리지널을 선보인 환유님의 [명계특급] 등은 왁자지껄하진 않았지만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명릉제 고토세이쥬로(국내번역명 '고교천왕')〉 등의 다소 마이너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의 패러디도 꾸준히 늘어가고 있어 성향의 고른 분포를 엿볼 수 있었다.

한편 바다건너 일본에서 온 ME-CHAN님의 개인서클 [GREAT ESCAPE]도 자리를 마련해 눈길을 끌기도. [낭만시대]의 LionMama님의 초청으로 행사에 참가하신 ME-CHAN님은 게임 〈페르소나〉 패러디집 「UNDO」의 한국어 번역본으로 적잖은 이들의 발길을 불러세웠다.

동인지 판매전과 함께 만화행사의 주종목으로 자리잡은 팬시판매도 대단한 열기. 단순한 열쇠고리를 벗어나 CD 케이스에 담긴 편지지 등 실용가능한 품목들이 많이 선보였으며, 팬시다운 귀여운 그림들이 여기저기 한가득. 하지만 단순히 실용품만 선보였던 것은 아니다. 팬시 온리로 참가한 팀중 가장 돋보였던 팀은 누가뭐래도 [SAi]. 회지를 펑크낸 대신 기존에 회지에서도 선보였던 고감도 최유기 패러디를 그대로 팬시로 쏟아내었다. 누구나 보았을 달력을 겸한 대형 일러스트와 경악의 화투장(!).. 화투의 그림들을 최유기 캐릭터들로 교묘히 재배치한 아이디어와 그림의 수준은 대단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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