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장사 접을지 고민” … 카드사 “더 내리면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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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 10만원이 큰 돈은 아니죠.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에겐 절실한 돈입니다.” 서울 은평구에서 동태찌개집을 운영하는 김훈석(가명·42)씨는 18일 식당 문을 반나절 닫는다. 음식업중앙회가 주최하는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23평 남짓한 가게에서 하루 30만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다. 그는 “ 원가를 빼면 저축은 꿈도 못 꾸고 간신히 밥만 먹고 산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매출액의 2.7%인 카드수수료는 큰 부담이다. 김씨는 “수수료를 1.5%로 내려주면 한 달 10만~12만원을 아낄 수 있다”며 “수수료 인하 폭에 따라 식당을 접을지 말지를 고민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2. 일요일인 16일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과 주요 신용카드사 사장들이 서울 시내 모처에서 모였다. 음식점주들의 수수료 인하 주장에 대한 대응책을 함께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참석자들은 “수수료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고 규모와 업종에 따른 평균 인하 폭을 0.2%포인트가량으로 맞추자는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음식업중앙회가 요구하는 대폭 인하에 대해선 참석자 대부분이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음식업계와 신용카드사 간의 수수료 갈등이 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론의 압박에 밀린 카드사들이 부랴부랴 수수료를 내리기로 했지만 업계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카드사들이 준비하고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영세·중소가맹점의 평균 수수료를 현재 2.0~2.15%에서 1.8~1.95% 정도로 인하한다. 고율이라는 느낌을 주는 ‘2%대 수수료’를 1%대로 낮춰 반발을 무마하자는 의도다. 또 현재 연매출 1억2000만원 이하인 중소가맹점의 범위를 2억원 수준으로 높여 전체 가맹점의 70%에 수수료 인하 혜택을 주는 안을 고려 중이다. 음식업계는 ‘한참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중앙회는 “수수료율이 1.5%포인트가 되려면 인하 폭이 1.2%포인트는 돼야 한다”며 18일 집회를 강행키로 했다. 카드사들도 할 말은 있다. 카드사들은 2007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재래시장 가맹점의 수수료를 내렸다. 여기서 더 내리면 손해라는 주장이다. 한 카드사 고위 임원은 “영세·중소가맹점은 숫자론 전체의 60%를 차지하지만 매출액으로는 전체의 10%도 안 된다”며 “땅 파서 장사하란 얘기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시장논리’엔 중대한 허점이 있다. ‘아시아 1위’인 카드시장을 정부가 키웠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줬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용카드 가맹점 가입과 카드수납을 법으로 의무화했다. 99년 43조원이었던 신용카드 사용액은 2009년 말 290조원으로 7배가량 확대된 데는 이런 정부 정책의 힘이 컸다. 카드사들의 올 수수료 수입은 8조원을 넘고 전체 순익은 2조원을 넘겨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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