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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약속 지키고 남한은 장기 계획 세워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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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호 14면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은 한국광물자원공사 남북자원협력단장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자원개발실장을 지내며 함경도 일대의 북한 광산을 직접 살펴봤던 ‘북한 광산쟁이’다. 북한 광산에 관한 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는 그는 “북한이 신뢰를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

-북한 광물자원 개발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북한이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북한도 변해야 한다. 2007년 단천 마그네사이트 광산을 조사하러 갔을 때 당시 북측에 매장량 등 기본 자료를 달라고 사전에 요청했고 이를 약속받았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 현장에선 ‘우리는 모르는 얘기’라고들 하더라. 내가 ‘어느 나라건 외자 유치를 하려면 자료를 공개하는 게 상식’이라고까지 북측 인사들에게 말했을 정도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북한이 믿음을 보여 주는 게 필요한가.
“물론이다. 돈을 대는 쪽에서 보면 광산 개발의 핵심은 품질과 납기일이다. 예컨대 어느 품위의 무연탄을 언제까지 얼마만큼 납기한다는 약속이 지켜져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다. 여기엔 북측 사정도 있어 보인다. 당장 돈이 급해 중국과 남측의 여러 업체와 동시에 계약해 놓고는 생산량이 달리니 낮은 품질의 광물을 주거나 납기일을 맞추지 못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 우리 기업들이 부담감 없이 들어갈 수 있겠는가.”

-남북 간엔 정치 상황이 변수다.
“광산 개발은 장기적으로 진행된다. 그때그때의 정치적 상황에 좌우됐다간 사업 진행은 불가능하다. 남북 모두 철저하게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또 광산 개발의 관건은 채산성이다. 사업성이 있으면 하는 것이고 사업성이 없으면 하지 않는 것이다. 사업성이 있는데도 정치적 이유 때문에 남북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기회를 놓쳐서도 안 되고, 반대로 사업성이 없는데 정치적 판단 때문에 들어가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개성공단의 경우 3통(통신·통관·통행)의 제약 때문에 남측 기업인들이 어려움을 겪는데 북한 광산 개발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그렇다. 3통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 중국인들은 (투자에 나선) 나진·선봉지구에 마음대로 들어가는데 남측 인사들은 자신이 투자한 광산을 방문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이 이런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야 한다.”

-북한 광물자원 개발엔 난제가 많다는 뜻인가.
“물론 현실적 제약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이러저러한 문제로 그저 앉아 있겠다고만 하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중국이 야금야금 다 챙기고 나중에 남북 간에는 별로 할 게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또 북한 광물 개발엔 지리적 이점도 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의 석탄, 남미의 구리를 수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해상수송비와 수송기간을 절감하는 효과가 크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앞으로 어디의 무엇을 어떻게 개발할지에 대한 꼼꼼한 북한 광물 청사진을 마련해 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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