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027 … 이스라엘 ‘샬리트 병장 구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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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리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1:1027 인질교환이 성사됐다. 양측이 5년 전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24) 병장과 이스라엘이 수감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1027명을 맞교환하기로 11일(현지시간) 합의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최근 이집트 정부의 중재하에 카이로에서 인질교환 관련 비밀협상을 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긴급 각료 회의를 소집한 뒤 합의안에 서명했다. 네타냐후는 이후 대국민 TV 성명을 통해 합의 사실을 밝히며 “샬리트가 며칠 내로 집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샬리트 병장은 19세(당시 계급은 상병)인 2006년 6월 가자지구 남부 인근 이스라엘군 초소에서 근무하던 중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고 납치당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샬리트를 구출하기 위한 대대적인 군사 작전을 폈지만 실패했다. 독일과 이집트 중재로 석방 협상이 진행됐지만 번번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갇힌 무장대원 1000여 명의 석방을 요구했고, 이스라엘은 ‘중범죄 테러범’인 이들을 풀어줄 수 없다고 맞서 왔다.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뒤엔 양측 간의 군사적 충돌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2009년 이후론 사실상 협상이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샬리트는 이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라이언에 비교되며 이스라엘 내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귀환시켜야 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같은 여론에 밀려 하마스의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리아에서 망명해 활동 중인 하마스 최고 지도자 칼레드 마샤알은 “팔레스타인 재소자 1027명(27명은 여성) 가운데 450명은 일주일 내, 나머지는 두 달 뒤에 석방될 것”이라며 “이는 팔레스타인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석방되는 수감자 중엔 종신형 선고를 받았던 315명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샬리트의 아버지 노엄 샬리트는 “오늘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의 과감한 결정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에선 군중이 합의를 환영하며 경적을 울리고 공중으로 총을 쐈다고 BBC가 전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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