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형 헤지펀드’ 내달 첫선 … 개인도 투자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한국형 헤지펀드’가 다음 달 말 출시된다. 금융위원회는 24일부터 닷새간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헤지펀드 운용 신청을 받는다. 심사, 상품등록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11월 말에는 첫 헤지펀드가 선보일 전망이다.

 ‘국내 1호’ 헤지펀드를 선점하려는 자산운용업계의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 주식에 70%, 아시아 주식에 30%를 각각 투자하는 ‘롱숏 전략’을 활용한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최대 9개의 상품을 갖추고 출시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헤지펀드 관련 전담중개업자인 프라임브로커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주식과 채권뿐만 아니라 파생상품 등에도 투자하고, 차입과 공매도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부도난 채권을 사들여 정상화한 뒤 매매차익을 노리는 것과 같은 ‘고수익·고위험’ 전략이 있다. 또 ‘저수익·저위험’ 전략으로 가치에 비해 가격이 싼 자산을 사고(Long) 가격이 비싼 자산을 팔거나(Short), 같은 업종 내 다른 종목 간 가격차 등을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투자 대상과 투자 기법을 활용하다 보니 헤지펀드는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1990~2010년 글로벌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12.7%)은 시장 평균 수익률(8.4%)을 웃돈다. 요즘처럼 급등락을 오가며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것이다. 현대증권 배성진 연구원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연 7~8%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라면 시장의 수요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는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개인도 5억원 이상 규모로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시장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면 개인의 투자 한도도 더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고액의 투자 자금이 없는 경우에는 재간접 헤지펀드(펀드 오브 헤지펀드)나 헤지펀드 전략을 사용하는 공모형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재간접 헤지펀드는 국내 운용사가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다. 최소 가입 기준은 1억원이며, 펀드 내에 최소 5개 이상의 헤지펀드를 담는다. 이들 펀드는 전 세계 주식이나 채권·통화·원자재 관련 선물 상품에 투자하는 선물추종매매(CTA) 전략을 사용한다.

 헤지펀드의 빗장은 열렸다. 하지만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대우증권 김희주 상품개발팀 이사는 “헤지펀드의 경우 투자 기법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인 만큼 투자 전략을 잘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랜 기간 수익률이 검증된 헤지펀드를 선택하거나 운용사의 역량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새로 설립되는 헤지펀드가 연간 1000개 넘지만 수익률 부진으로 사라지는 헤지펀드도 500여 개에 달한다. 부침이 그만큼 심하다.

 대신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헤지펀드는 운용보고서를 낼 의무가 없어 투자 내용을 알기가 어려우므로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자금이 2~3년간 묶이는 만큼 원하는 때 돈을 찾을 수 없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헤지펀드가 시장에서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삼성증권 장효선 연구원은 “헤지펀드를 굴릴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투자자가 믿을 만한 운용성과를 쌓으려면 최소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자문형랩과 주식형 펀드, 주가연계증권 등 다양한 대체상품이 있는 만큼 헤지펀드의 성장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