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하꼬방촌’은 ‘달동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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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산등성이나 산비탈 등의 높은 곳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를 ‘달동네’라 부른다. 높은 곳에 위치해 달과 가깝게 지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부분 판자로 벽을 만들어 집을 지었기 때문에 ‘판자촌’이라 불리기도 한다.

 과거 서울의 해방촌이 대표적으로 이러한 주거 형태를 띠었으며 ‘하꼬방촌’이란 이름으로도 많이 불린다. 요즘은 하꼬방촌이 재개발돼 아파트단지로 바뀐 곳이 적지 않다. ‘하꼬방’에 깃든 역사나 애환, 추억 등의 이미지를 업고 ‘하꼬방’이란 말이 상호나 쇼핑몰 이름 등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하꼬방’은 상자·궤짝 등을 가리키는 일본어 ‘하꼬(箱, はこ)에 우리말 ‘방(房)’이 더해져 만들어진 말이다. 상자를 겹쳐놓은 것처럼 좁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해서 ‘하꼬방’이라 했고 이러한 마을을 ‘하꼬방촌’으로 불렀다. 이철용의 소설 『꼬방 동네 사람들』에 나오는 ‘꼬방 동네’도 이러한 빈민촌이 무대이며 ‘꼬방 동네’는 ‘하꼬방 동네’에서 온 말이다.

 ‘하꼬’는 일본말이므로 상황에 따라 상자·곽·궤짝 등 우리말로 바꿔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꼬방촌’은 ‘달동네’나 ‘판자촌’ ‘쪽방촌’ 등으로 바꿔 쓸 수 있지만 이왕이면 비유적이고 시적 표현인 ‘달동네’로 부르는 것이 낫겠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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