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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전국 애니메이션 노동조합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안녕하십니까? 전국 애니메이션 노동조합 위원장 류재운입니다.
이렇게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여러분께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어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 노동조합은 작년 1999년 7월 31일에 건설되었습니다. 건설목적은 애니메이션노동자들의 권익옹호와 노동자로서의 권리획득입니다. 기실 우리나라 애니메이터들이 노동자로서의 법에 명시된(근로기준법) 권익옹호 내지는 권리주장도 못하고 그렇다고 예술가로서의 대접 또한 제대로 못받고 오로지 회사측의 노예로 길들여져온게 사실입니다.

예술가라면 예술가로서의 사회적인 인정(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을 받던가 노동자라면 또한 그것에 걸맞는 노동자적 지위를 보장받던가 해야할텐데 우리나라 애니메이터들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입장에서 양쪽으로 피해만 봐왔다고해도 무방합니다.

이곳을 사랑하시는 여러 매니아께서는 어쩌면 저희 노동조합이 매우 불편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눈을 똑바로 뜨고 현실을 직시하시기를 바랍니다.

예술도 먹고살만해야지 -최소한의 기초생활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매일 라면에 가끔은 굶고 게다가 결혼이라도 했다고 하면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야 하는데 기실 그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지 않나 생각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떨때는 명절이라는 것이 원망스러웠던때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 비수기라는게 있다는것은 다들 아실것입니다.
주로 외국하청에 의존하다보니까 그들이 겨울휴가를 떠나면(분명히 알아야 될것은 유급휴가입니다) 우리나라는 일감이 없어서 하릴없이 놀아야 됩니다. 그런데 그게 또 하필 겨울이라 어김없이 명절은 돌아오고 명절부조나 세뱃돈 그리고 여행경비 등등을 생각하면 차라리 명절이 원망스러워지는 것이지요.

예술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런 하청 일로 예술운운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나름대로 열심히 창작활동에 여념이 없으신 동지들께는 매우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지금은 그 이름도 찬란한 서기 2000년도 입니다.

여태껏 옛날의 작업방식을 고수하시는(홍길동이 도술 배우기 위해서 밥짓고 빨래하고 설거지하는......물론 저도 그렇게 배웠습니다만) 아니 자기도 모르게 강요당하시는 여러분이 되지않기를 바랍니다.

지금 미국 애니메이션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파업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진짜 예술가들이 노동자로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도 파업을 하자고 부추기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들이 서있는 정확한 위치를 분명히 알자는 것입니다.

다음글은 자유로운 프리랜서 애니메이터인가 아니면 관념에 사로잡힌 부자유스러운 어정쩡한 노동자인가라는 제목으로 여러분과 만나 뵙겠습니다.

애니메이션 노동조합 홈페이지 : http://kat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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