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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달러 가치 오름세에 외화예금 다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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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회사원 신모(40)씨는 지난달 초 외화예금에 가입했다. 금융시장이 불안할 땐 원화보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더 오를 거라고 내다봐서다. 그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 이상은 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환율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두 달 전 달러당 1050원이던 원화가치가 어느새 1200원을 넘볼 정도다. 이렇게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르자 조씨처럼 외화예금을 이용한 환테크에 관심을 갖는 개인도 늘고 있다.

 6일 7개 은행 자료를 취합한 결과 8월에 크게 줄었던 외화예금 잔액이 9월 한 달 동안 9억7900만 달러(약 1조1500억원) 늘어났다. 9월은 유럽발 악재로 원화가치가 10.4%나 하락(환율 상승)한 시기다. 외화예금이 늘었다는 건 환율이 추가로 오를 걸로(원화가치 하락) 전망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외화예금은 외화가 쌀 때 입금한 후 비쌀 때 출금해 그만큼 환차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다. 물론 환율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 환차손을 감수해야 한다. 예금금리는 보잘것없다. 정기예금의 경우 미국 달러로 가입하면 1년을 넣어봤자 고작 1.5% 안팎의 이자만 붙는다. 어느 통화로 예금하느냐에 따라 금리는 좀 다르다. 현재 정기예금 금리를 가장 높게 쳐주는 통화는 호주달러(5.757%)와 뉴질랜드달러(4.544%). 하지만 “금리가 높다는 건 그만큼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뜻”이라는 게 외환은행 외환업무부 김우철 차장의 설명이다.

 외화예금은 원화예금과 달리 예금을 넣고 뺄 때도 돈이 든다. 원화를 가지고 가면 외화로 바꾼 뒤 예금하는데, 이때 적용 환율(전신환매도율)에 환율수수료가 포함돼 있다. 원화로 돈을 뺄 때도 마찬가지다. 외화 현찰을 가져가서 예금할 땐 통화별 현찰수수료를 따로 내야 한다. 이런 수수료는 거래 규모나 기간, 신규 가입 여부에 따라 영업점에서 깎아주기도 한다.

 외화예금을 할 수 있는 통화 가짓수는 은행별로 8~14개 정도다. 최소 가입금액은 은행별로 10달러(하나은행)부터 1000달러(우리은행)까지 다양하다. 농협이 최근 출시한 ‘스마트 외화자유적립예금’은 자유롭게 입금할 수 있고 만기 전 10회까지 인출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ONE 회전식복리외화예금’은 1년 이상 예치한 뒤 해지하면 이자를 연 0.1%포인트 더 주는 게 특징이다.

 해외 유학·연수·여행으로 외화 목돈이 필요한 경우라면 적립식으로 외화예금을 드는 게 유리하다. 국민은행 외환업무부 황일 팀장은 “환율은 예측이 어려운 만큼 적립식 외화예금으로 외화를 분할 매수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게 개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환헤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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