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밀라노 멋쟁이의 비밀병기 … 테이퍼드 팬츠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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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전희욱 대표가 자신이 만든 테이퍼드 팬츠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배기(baggy)·부츠컷(bootscut)·스트레이트(straight)…. 모두 바지 종류의 이름이다. 배기는 엉덩이·허벅지가 자루처럼 통이 넓은 바지, 부츠컷은 무릎 위부터 퍼지는 나팔바지, 스트레이트는 엉덩이부터 밑단까지 일자인 바지다. 여기에 하나 더 알아둘 이름이 있다. ‘테이퍼드 팬츠(Taperd Pants)’다. 허리에서 아래로 갈수록 끝이 모이는 것이 특징인 바지. 최근 20~30대 멋쟁이 남자들은 펑퍼짐하고 길게 내려오는 바지 대신 테이퍼드 팬츠를 찾는다. 옷 잘 입기로 소문난 이탈리아 밀라노 남자들의 바지도 역시 테이퍼드 팬츠다. 아직은 국내에서 찾기 힘든 스타일이지만 오히려 이를 전문으로 만드는 곳도 있다.

바지 전문 브랜드 ‘피넬타(www.finealta.co.kr)’다. 평범한 대기업 직원이던 전희욱(33) 대표는 해외출장을 다닐 때마다 우리네와 다른 바지 스타일을 눈여겨봤고, 직접 만들기에 나섰다. 이탈리아·일본 소규모 업체들처럼 한 가지만 만드는 ‘한 우물 전략’도 고집했다. 전 대표로부터 ‘테이퍼드 팬츠 제대로 입는 법’을 들어봤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밑단으로 갈수록 폭이 줄어드는 것이 테이퍼드 팬츠의 특징.

-멋쟁이들이 테이퍼드 팬츠를 입는 이유는.

“다리가 길고 날씬해 보이기 때문이다. 테이퍼드 팬츠는 짧게 입는 게 특징이다. 복사뼈에 닿는 정도로 보면 되는데, 구두창에서 1㎝ 정도 위에 밑단이 걸리는 길이다. 발목 부분이 두꺼우면 전체적으로 뚱뚱해 보인다. 여자들이 하이힐을 신는 것도 그런 이유다. 밑단이 늘어지고 접히면 시선이 쏠려 짧게 느껴지고, 오히려 바지선이 곧을수록 길고 가늘어 보인다.”

-길이만 짧으면 되나.

“라인도 중요하다.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꽉 붙는 스키니팬츠와 달리 테이퍼드 팬츠는 넉넉한 부분이 있다. 특히 앞쪽 허벅지와 뒤쪽 종아리 부분에 여유가 있어야 옆에서 봤을 때 S라인이 생기면서 날씬해 보인다. 또 앞에서 봤을 때 역삼각형을 만들어주는 거다. 전체적 라인이 똑 떨어져 재킷과 입으면 굳이 슈트가 아니라도 격식을 갖춘 듯 보인다.”

-그런 공식이 서양인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닐까.

“옷 잘 입기로 소문난 밀라노 남자들을 보면 모델 같은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우리처럼 작고 통통한 게 일반적이다. 오히려 엉덩이와 허리는 우리보다 더 펑퍼짐하다. 하지만 하의를 붙게 입어 전체적으로 역삼각형을 만든다. 날씬해 보이기 때문이다. 배 나온 중년 남자들도 이제는 다른 스타일에 도전해볼 만하다.”

-품이 줄어들면 아무래도 움직임이 불편해진다.

“넉넉하게 입던 사람이면 당연하다. 그래서 소재가 중요하다. 면이라면 신축성 있는 원단으로 고르는 게 방법이다. 또 옆에서 봤을 때 뒤로 갈수록 허리선이 올라가는 디자인이어야 앉고 일어설 때 허리를 받쳐줘 편하다. 많은 이가 지나치는 것 중엔 안감도 체크 포인트다. 바지 앞뒤 판이 만나는 가랑이 부분에 덧댄 안감이 있는 게 중요하다. 다리 한쪽이 움직일 때 다른 한쪽이 무게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바지 색깔도 중요할 것 같다.

“상한하온-재킷 같은 윗도리는 차가운 컬러로, 바지는 따뜻한 계열로 고르는 게 좋다. 다리가 상체에 비해 가늘어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역삼각형 효과를 내 더 길어 보인다. 멋쟁이 남자들이 감색 재킷에 흰색·하늘색·베이지색 바지를 ‘교복’처럼 입는 것도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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