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어둠 속 사냥 … 비밀은 성대 근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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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박쥐의 ‘어둠 속 사냥’ 비밀이 밝혀졌다. 박쥐는 캄캄한 동굴 등에서 작은 날벌레를 잡아먹고 산다. 초음파를 쏘아 먹잇감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영국 BBC는 코엔 엘레먼스 서든덴마크대 교수팀이 박쥐의 ‘초고속(superfast) 성대근(聲帶筋)’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른 어떤 동물보다 성대를 빨리 움직여 많은 초음파를 만들어내고, 그 반향을 토대로 먹잇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엘레먼스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게재됐다.

 박쥐는 사냥할 때 ‘반향위치결정법(echolocation)’을 이용한다. 자신이 낸 소리가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음파를 포착, 물체의 크기와 운동 방향, 떨어진 거리 등을 감지하는 방법이다. 고래·돌고래·쏙독새 등도 비슷한 ‘기술’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항해를 하거나 느리게 움직이는 먹잇감을 추적할 때 사용할 뿐이다. 박쥐처럼 어둠 속에서 ‘초정밀’ ‘초고속’ 사냥을 하는 경우는 없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 박쥐의 경우 먹잇감에 접근할 때 초음파 발사 횟수를 초당 최대 190회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성대를 한번 수축시킬 때마다 한 번씩 소리가 나므로, 성대 근육을 1초에 200회 가까이 움직이는 셈이다. 사람의 보통 근육보다 100배 이상, 가장 빨리 움직이는 안구 근육과 비교해도 20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이 같은 ‘초고속 근육’은 여태껏 새나 방울뱀 등의 발성기관에서만 발견됐다. 박쥐 같은 포유류에게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엘레먼스 교수는 “박쥐가 약 4500만 년 전 진화했을 때 밤에 사냥하는 동물은 그들뿐이었다”며 “박쥐는 빈 틈새를 차지했고 덕분에 빨리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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