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피죤 회장 피의자 신분 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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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찰이 섬유유연제 생산업체인 피죤의 창업자 이윤재(77·사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통보했다고 2일 밝혔다. 이 회장이 피죤 김모(50·구속) 이사를 통해 조직폭력배에게 이은욱(55) 전 피죤 사장을 폭행하도록 사주한 정황이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특히 이 전 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광주 폭력조직 ‘무등산파’ 조직원들과 김 이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폭행 대가로 3억원을 건넸다는 단서를 잡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이 회장에게 4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할 것을 변호인을 통해 통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회장의 연루 여부에 대해 “어느 정도 증거가 있다. 이제 본인 진술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이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 회장이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할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 회장은 김 이사가 조폭을 동원한 혐의로 구속된 지난달 29일을 전후해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사장은 지난 2월 피죤 사장에 취임했으나 4개월 만에 이 회장에 의해 해임됐으며, 서울중앙지법에 해고무효 및 손해배상 소송을 낸 상태다. 피죤 측은 “이 전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로 영입됐는데도 단독 대표이사로 등기하고 회사 규정을 위반해 무단으로 자금을 차입하도록 해 이 전 사장과 이에 가담한 상무 2명을 해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 전 사장은 이 회장 일가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비용을 영수증 없이 처리한 담당 부서를 질책했다가 해고됐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5일 밤 이 전 사장은 서울 삼성동 자신의 주상복합아파트로 귀가하던 중 괴한 3명으로부터 주먹과 발로 폭행당했다. 경찰은 최근 이 전 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무등산파 조직원 김모(34)씨 등 3명을 구속한 데 이어 이들에게 폭행을 지시한 혐의로 김 이사를 구속했다.

 피죤 관계자는 “정확한 진위를 파악 중이다. 현재로선 뭐라고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무역회사 등에서 일하다 1978년 피죤을 설립해 섬유유연제 시장을 개척했다. 지난해 매출은 1437억원이었다. 이 전 사장은 유한킴벌리 부사장을 지내다 피죤에 영입됐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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