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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 … 태백시도 반성하니 정부가 도와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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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에서 만난 김연식(43·한나라당) 태백시장은 삭발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1일 태백시 현안 해결을 위한 시민궐기대회에서 머리를 밀었다. 첩첩산중에서 자란 산골 소년이 투사가 됐다. 그는 삼척시 도계읍 신리 너와집에서 태어났다. 김 시장은 언론인과 정치인을 꿈꿨다고 한다. 꿈대로 그는 지역 언론사에서 13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대부분 정치부 기자였다. 그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3표 차로 강원도 도의원에 당선해 정치에 입문했다. 2010년 선거에서는 현직 시장과 대결해 당선됐다. 42세 때다. 지난달 30일 시작해 4일까지 태백시에서 열리는 ‘2011 대한민국 스포츠 과학 박람회’ 행사로 바쁜 그를 만났다.

●시장이 삭발할 만큼 태백시 사정이 절박한가.

 “절박하다. 태백시가 출자한 태백관광개발공사가 조성하고 운영하는 오투리조트에 1460억원을 지급 보증한 상태다. 시의 빚이라고 볼 수 있다. 태백시 공무원 인건비가 연간 400억원인데 지방세 수입은 148억원에 불과하다. 재정 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 2012년 문을 여는 국민안전테마파크 운영비도 연간 60억원에 달한다. 태백시가 운영할 수 없다. 현안만 이렇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 먹고살 것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탄광 하나로 유지해 왔는데 석탄 생산량 감소는 물론 있는 탄광도 폐광하려는 등 도시 존립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일본의 폐광 도시 유바리시처럼 태백시도 파산 직전이라는 얘긴가.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파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근거는.

 “오투리조트가 잘못되면 태백시가 빚을 떠안게 되는데 20~30년 장기적으로 나눠 갚을 수 있다. 다만 빚을 상환하는 동안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는 문제는 있다.”

●무엇 때문에 태백시가 이렇게 됐나.

 “태백시는 그동안 폐광 지역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 돈이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 관광산업에 치중했지만 생각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태백의 문제가 됐다. 국내 관광에서 해외 관광으로 패턴이 변화하는데도 사양길에 들어선 리조트 사업과 관광시설물에 집중 투자하다 보니 돈만 낭비하게 됐다. 태백시만의 시설물이 아닌 다른 곳과 비슷해 경쟁력을 잃었고, 관광객도 오지 않는다. 결국 투자에 비해 생산유발 효과가 미미해 이런 결과를 빚었다. 정책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

●태백시의 책임이 많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궐기대회는 왜 하는가.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아니다. 태백시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다만 어려우니까 방치하지 말아 달라, 정부가 관심을 갖고 태백시의 어려움을 같이 풀어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정부 협조 이외에 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백지 상태에서 그림 자체를 다시 그릴 생각이다. 관광산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순위를 2, 3위로 미루고 미래 도시 기반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 것인지 새롭게 구상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 지역사회 및 전문가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태백은 일자리가 없으면 살아나지 못한다. 일자리가 없으면 젊은 사람이 떠나가고 노인만 남는다. 태백 하면 떠오르는 산업이 없다. 어렵지만 태백만의 독특한 산업을 일궈야 한다.”

●그래서 스포츠산업단지 조성을 공약했는가.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가 스포츠산업단지다. 당장 조성할 수 없다고 해도 5, 10년 후 지역에 꼭 필요할 것 같아 준비하고 있다.”

●어떤 성격의 스포츠산업단지이며, 가능한가.

 “스포츠 용품을 제조하는 업체가 입주하는 단지다. 낚시와 골프, 테니스는 물론 등산과 레저 등 모든 스포츠 분야의 용품을 제조하는 공장을 집적화한 단지다. 수도권과 먼 태백에 유치할 수 있을까 걱정이기는 하다. 임기 내 하겠다고 서두르지 않겠다. 처음에는 소규모로 시작할 생각이다.”

●스포츠 과학 박람회는 스포츠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포석인가.

 “그렇다. 이외에 ‘스포츠 도시’란 브랜드를 확고히 다지는 계기로 삼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태백은 고원지대로 전국 단위의 각종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는 등 ‘스포츠 도시’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것도 각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경쟁력이 낮아졌다. 박람회를 통해 스포츠 브랜드를 차별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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