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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뒤엔 조건 없이 믿는 부모가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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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학교란 무엇인가
EBS ‘학교란 무엇인가’
제작팀 지음
중앙북스
296쪽, 1만4800원

독서의 계절 10월이다. 수험생에겐 잔인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달이다. 평생학습이라고 말은 하지만 막상 교정을 벗어나면 책을 잘 읽지 않는다고들 한다. 우리가 독서를, 공부를 습관으로 체득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학교가 잘못 길들여놓은 습성 탓일까. 참된 공부란, 교육이란 어떤 것일까. ‘공부 뒤집기’를 일깨워주는 세 권의 책을 만나보자.

공부 못하는 아들의 책상을 톱으로 자르고, 잠 못 자게 매트리스를 세워두는 등 자식을 학대한 엄마가 이혼소송에서 위자료를 물게 됐다는 뉴스가 최근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다. 대체 공부가 뭐길래. 공부는 아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이끌어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는 부모들을 위한 책이다.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투자하는 가장 손쉽고 불안하지 않은 방법으로 사교육을 택한다. 그러나 공부가 돈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제3장 ‘배움의 역주행, 사교육을 파헤치다’에선 사교육에 길들여져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이 시험을 본 뒤 스스로 매긴 예상점수는 실제 점수와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학원에서 한 번 들은 것을 ‘안다’고 착각한 탓이다. 자기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책은 자신의 생각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메타 인지’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공부도 잘 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한다. 성적 상위 0.1%의 아이들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공부 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다. 0.1%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고, 화목한 가정을 꾸려 아이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답했다.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뒤에는 자식을 믿는 부모가 있었다. 단, “너 열심히 공부하면 믿어줄게”라는 건 믿음이 아니라 거래일 뿐이다.

 솔깃한 비법을 찾기에 앞서 돌아봐야 할 것은 ‘왜 공부하는가’다. 책은 마지막 장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안학교 ‘서머힐’을 조명한다. 설립자의 철학은 ‘어른들의 간섭 없이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면 스스로 자란다’였다. 공부의 목적,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이 회사의 일꾼이 되도록 키우는 게 아니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도 뼈아프게 지적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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