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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금융시장 외환위기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태국 바트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가치가 최근 급락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상황과는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는 하지만 투자 자금이 계속 이탈할 경우 최악의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정부는 자국 화폐 방어를 위해 최근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 불안한 동남아 금융시장〓지난 한주동안 루피아화의 대달러 가치는 10%나 급락했다.

정치불안과 개혁부진, 그리고 미국의 0.5%포인트 금리인상까지 맞물려 루피아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국제 투자자금의 이탈현상이 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 부족을 이유로 시장 개입을 망설이던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이번주 초 외환보유고의 1%, 즉 3억달러를 투입해 루피아화 방어에 나섰다.

말레이시아처럼 고정환율제를 도입할지도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으나 와히드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약속을 지킬 것" 이라며 이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인니 주식시장은 16일 1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태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바트화 가치는 최근 2주 사이에 3.2%가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4개월간 2백10억바트(약 5억4천만달러)어치를 팔아 치우는등 매도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같은 외국인 매도액은 지난해의 7배가 넘는 액수다. 태국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5백12억달러에 이르는 것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식시장도 종합지수(SET)가 올들어 29.6%나 하락했다.

◇ 외환위기 되풀이될까〓일단 17일을 기점으로 큰 위기는 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17일 IMF와 '경제개혁에 관한 각서' 에 조인함으로써 그동안 개혁부진을 이유로 한달여동안 미뤄져 온 4억달러의 지원금이 들어올 것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게다가 지난 1분기 기업들의 투자액이 전년 동기보다 11.7% 늘어났고 제조업 가동률도 7.2% 증가했다.

따라서 앞으로 1주일동안 안정세를 보이면 97년과 같은 위기상황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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