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사회 곳곳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총체적 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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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순
천안시사회복지협의회장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복지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국장과 원장을 만나 커피 한잔을 마셨다. 이런저런 이야기 꽃이 만발했는데 갑자기 조직에서 활동하며 숨 막힐 때가 있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숨이 막힌다는 것은 고통과 노여움 그리고 자기를 압박하는 여러 것들 때문에 목이 메이든가 호흡이 불편하다는 뜻일 게다.

물고기는 물에 살지만 물을 의식하지 못한다. 물속에 있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일상의 복지와 평화가 물고기의 물과 같다. 산소가 부족한 물이라면 물고기는 숨이 막힌다.

우리가 늘 복지현장에서 쌓는 일, 그것은 행복으로 이어지는 선일 것이다. 고통보다는 즐거움이 많은 행복을 삶에 대한 만족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 즉 산소가 부족하지 않은 물을 만드는 활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러스트=박소정]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는 어떤 형태로든 갈등 없는 상태를 말한다. 갈등하면 떠오르는 것이 답답함, 고민, 싸움이다. 그 외에도 고통, 노여움, 경쟁, 대립 등 대부분 부정적인 단어들이다.

갈등은 답답하고 복잡하고 나를 괴롭히는 것이므로 모른체하고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과 갈등에 맞닥뜨리게 될 경우 어떻게든 그 갈등의 상대 또는 갈등상황 자체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갈등이 ‘조화를 깨는 파괴적인 것’으로 인식하지만 갈등 자체가 그러한 것이 아니라 갈등을 억제하고 부인하고 회피할 때 파괴적으로 된다고 할 수 있다. 갈등 자체가 파괴적이고 부정적이라기보다는 갈등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사회발전과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 물질·정신적 파괴를 가져오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갈등은 자연스런 삶의 일부다. 다양한 개개인이 모여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데 각 개인은 너무나 다양해서 조화와 평화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갈등이 있다는 것은 한 개인이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거나, 비도덕적이거나, 한 사람 또는 집단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싫어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 그룹 또는 개인의 요구를 표현하는 것이다.

어떤 불만이나 요구가 드러나지 않고 쟁점이 무시된다면 조그만 뾰루지가 종기가 되어 곪아터지는 것처럼 갈등이 점점 자라 매우 부정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며 존재 자체로 존중 받아야 한다. 존중은 누구나 갖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로서 타인을 존중한다면 다양한 관점과 태도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갈등을 자연스럽게,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일러스트=박소정]

우리는 모두 물고기다. 그 물고기가 심장을 두드리며 숨 막히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물이 우리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전혀 물의 존재를 의심치 않고 살아가는 일, 그것이 평화다. 우리가 사는 곳곳에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 그 수고의 노력이 평화를 향한 우리의 총체적 복지라면 틀린 말일까. 그러니 총체적 복지를 향한 우리의 심장을 두드리는 일이 숨 막히지 않도록 들이 마시고 내쉬는 일에 기운내자.

박광순 천안시사회복지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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