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도 모르는 허리 통증을 잡다 …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의 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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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인 김윤희(46·서울 종로구)씨는 최근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다. 세수하거나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며 조금만 허리를 숙여도 통증이 파고들었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까지 받았지만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하지만 수술 없이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로 걱정과 통증을 함께 덜었다. 꼬리뼈 부위로 내시경이 달린 가느다란 관을 넣어 척추 주위 염증과 여기에 달라붙은 척추신경을 치료했다. 김씨는 시술 당일 퇴원했다.

수술 없이 척추질환 치료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원장이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 시술을 하고 있다.


척추 디스크가 탈출한 허리디스크, 척추관이 좁아진 척추관협착증, 노화에 따른 퇴행성 디스크, 원인 모를 허리 통증…. 직립원인의 숙명처럼 척추질환은 종류도 다양하고 감기만큼 흔하게 발생한다.

 비수술 척추 전문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원장은 “척추 주위 조직에 생긴 염증과 이 염증에 척추신경이 달라붙어(척추신경 유착) 통증이 발생하는 원인 모를 허리 통증은 MRI로도 발견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치료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외과적 수술에서 척추성형술로, 요즘엔 한 발 더 나아가 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 시술로 발전하고 있다.

 증상이 심한 척추질환 치료의 마지막 카드는 수술이었다. 하지만 전신마취, 1주일간의 입원, 보호대 착용 등으로 환자 부담이 컸다. 수술받은 뒤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도입된 시술이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이다. 이 시술법은 지난해 말 미국 척추 전문의 로스테인 박사와 최봉춘 원장이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레이저 내시경술은 우선 꼬리뼈 부분을 부분마취한 뒤 약 5㎜를 절개한다. 그리고 지름 1㎜의 초소형 내시경 카메라와 특수 레이저가 달린 카테터(가는 관)를 통증이 있는 척추 부위에 넣는다.

 최 원장은 “통증 부위를 내시경 카메라로 직접 확인하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하다”며 “주변 신경과 조직을 건드릴 위험이 적고 수술하지 않고도 수술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시술시간도 약 30분으로 짧다.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해 직장인이나 주부, 노인 환자의 부담을 줄였다.

 최 원장은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MRI로 진단되지 않는 허리 통증 치료에 적합하다”며 “부은 인대나 디스크 크기까지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연통증클리닉은 지난해 세계통증의학회에서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의 효과에 대해 발표했다. 2010년 3월부터 8월까지 MRI 검사상 이상이 없는 허리 통증 환자 321명을 치료한 결과 환자의 87%에서 통증이 50% 이상 감소했다.

수술 후 유착으로 생긴 허리 통증도 개선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수술 후 통증증후군’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이 증후군은 척추수술 후 통증이 계속되는 증상이다. 허리·다리에 감각이상과 저림증이 있다.

 최 원장은 “수술 부위가 회복하면서 척추신경에 달라붙어 신경을 자극하고 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많게는 척추 수술 환자의 30%가 수술 후 통증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세연통증클리닉이 지난해 1년간 척추 통증과 허리디스크로 병원을 방문한 30~60대 남녀 5362명을 조사했다. 이 중 수술 후 통증증후군으로 다시 치료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가 26%였다.

 기존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은 X선 영상장치에 의존해 카테터를 척추신경 유착 부위에 넣어 약물을 주입했다. 이른바 신경성형술이다. 하지만 통증 부위를 정확하게 보지 못해 시술 정확도와 통증 개선 효과가 떨어졌다. 급·만성 및 심각한 통증 환자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최 원장은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척추신경 유착 부위를 직접 확인하며 치료하기 때문에 통증 감소 효과가 높다”고 덧붙였다.

 세연통증클리닉은 2009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수술 후 통증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8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꼬리뼈 내시경술과 신경성형술을 시행했다. 그 결과 신경성형술을 받은 환자는 허리 통증이 30% 감소했고,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60% 줄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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