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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위해서라면 … 차체 깎고 무게 줄이고 ‘다이어트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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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쉐보레 말리부는 바람의 저항을 줄이는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위해 400시간 이상의 풍동 테스트를 거쳤다. 차량이 고속 주행할 때 에너지의 60%가 바람의 저항으로 손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차체를 매끄럽게 흐르는 한 줄기의 바람’.

 국내 출시를 앞둔 한국GM 쉐보레 말리부의 이미지 컨셉트다. 하얀 바람의 줄기가 차체를 타고 흐르는 풍동 테스트 장면의 사진을 차 홍보를 위해 대거 방출했다. 공기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는 공기역학(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알리기 위해서다.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은 차량 앞부터 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고루 적용됐다. 차량 전면 아래에 개폐할 수 있는 그릴을 둬 자연스럽게 바람을 탈 수 있게 했다. 타이어 앞에 ‘에어댐’을 만들어 속도를 낼 때 타이어가 바람의 저항을 덜 받게 했다. 뒷유리 위에서부터 트렁크 덮개 끝까지의 각도를 조정해 바람이 부드럽게 지나가게 했다. 이 디자인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미국 GM 기술연구소의 풍동 시험장에서 400시간 이상의 실험을 거쳤다. 실험에는 1분에 270번 회전해 시속 201㎞의 바람을 만드는 대형 선풍기(지름 13m)가 동원됐다.

 과거 수퍼카의 전유물이었던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이 일반 승용차에도 적용되고 있다. 날렵한 디자인으로 수퍼카의 스피드를 높이는 데서 나아가 승용차의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데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차량이 고속으로 주행할 때 에너지의 약 60%가 공기저항으로 손실된다”며 “공기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이 곧 연비 향상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말리부의 공기 저항 지수를 줄여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약 1.1㎞/L의 연비가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탄소섬유와 경량소재를 사용해 차체 무게도 줄이고 있다. 연비 개선을 위해 차체를 깎고, 무게를 줄이는 ‘차량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2012년식 올 뉴 인피니티 M 시리즈는 일본에서 장인을 뜻하는 다쿠미 기술자가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위한 곡선형 차체를 만들었다.


한국닛산이 7월 출시한 2012년식 올 뉴 인피니티 M 시리즈.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위해 일본에서 장인을 뜻하는 ‘다쿠미’ 기술자들이 최신 공법을 동원해 곡선형 차체를 만들었다. 차량 아래를 흐르는 공기가 차체를 들어올리지 않도록 제작했다. 초강도 철강의 사용량을 20% 늘려 기존 강성을 유지하면서 무게는 22㎏ 줄였다.

 현대차는 올 1월 출시한 신형 그랜저에 핫 스탬핑(Hot Stamping) 공법을 적용했다. 뜨거운 철강 소재를 도장 찍듯 프레스로 성형하는 공법이다. 강판 강도를 기존보다 3배 정도 높이고, 무게는 30% 줄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불모터스가 지난달 출시한 푸조 뉴 308의 서스펜션에는 고강도 알루미늄이 들어갔다. 덕분에 차량 무게가 25㎏ 줄었다.

 차량 다이어트와 관련해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항공기 동체를 만드는 데 쓰던 ‘탄소섬유’다. 폴크스바겐은 2월 공개한 컨셉트카 ‘포뮬러 XL1’에 탄소섬유 소재를 썼다. 차량 무게가 795㎏에 불과했다. 반면 연비는 유럽 기준으로 111㎞/L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폴크스바겐은 컨셉트카에 적용한 이 기술을 양산차에 차츰 적용할 계획이다. 이달 말 출시될 신형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MC 스트라달레의 앞좌석은 탄소섬유로 만들어졌다. 경량 휠을 써 기존 모델에 비해 무게를 110㎏ 줄였다.

 탄소섬유 개발을 위한 업계의 투자도 늘고 있다. BMW는 탄소섬유 전문업체인 독일 SGL그룹의 합작사와 새로운 탄소섬유를 개발할 계획이다. 2015년 이전에 출시할 신형 전기차용 부품 조달을 위해 1억 달러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미국 워싱턴주에 건설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탄소섬유 제조사인 도레이와 합작해 탄소섬유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레이는 메르세데스-벤츠에도 탄소섬유를 납품하고 있다. 국내업체로는 현대차가 지난해 말 전주기계탄소기술원과 함께 탄소섬유 차를 만들어 시범운행을 했었다.

한은화 기자

● 탄소섬유

무게가 강철의 4분의 1 정도로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10배나 강한 첨단 신소재다. 항공기와 우주선 등에 쓰인다. 미래형 친환경차의 몸체와 각종 부품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워낙 가벼워 자동차에 쓰이는 강철을 전부 탄소섬유로 대체할 경우 기름이 30% 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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