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지역별 경기 양극화

중앙일보

입력

최근 급속한 경기회복 추세 속에 산업별.계층별 경기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지역별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연구원(KIET)은 11일 '지역별 경기지수의 개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경기확장을 주도하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들이 뚜렷하게 구분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부산 등 16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산업생산지수.생산자출하지수.총전력사용량 등을 변수로 지역별 경기지수를 산출해 비교 분석한 이 조사는 국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 것이다.

KIET는 정확한 비교를 위해 조사대상 기간을 1989~2000년의 최근 11년간과 1999년 9월~2000년 2월의 최근 6개월간 등 두 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 중부권이 호조〓분석결과 경기.충남.충북.경북.광주 등은 '경기 평균증가율' (해당기간 중 경기지수의 전년대비 증가율 평균치)이 전국 평균치보다 높아 경기확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강원.전북.부산.대구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낮아 경기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은 전체적으로 경기회복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최근 6개월간 급속한 경기회복에는 상당히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KIET는 이처럼 지역별로 나타난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전국을 4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전반적인 경기상승을 주도하는 지역(1그룹)은 경기.충남.충북.경북.광주.인천 등으로, 전체 기간(1989~2000년)과 최근 6개월간의 경기 평균증가율이 모두 전국 평균보다 높은 지역들이다.

KIET는 이 지역을 전 기간에 걸쳐 전체 경기회복에 기여한 바가 크고 최근의 급속한 경기회복에 대한 기여도도 높은 지역으로 분석했다.

전체 기간에 걸쳐 경기상승에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엔 주춤한 지역(2그룹)으로는 전남.제주.경남.울산 등이 꼽혔다.

반면 최근 급속한 경기회복에 기여한 지역(3그룹)으로는 서울이 대표적으로 분류됐는데, 전체 기간 중 해당 지역의 경기 평균증가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았지만 최근의 증가율은 전국 평균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강원.전북.부산.대구.대전 등은 경기회복이 부진한 지역(4그룹)으로 분류됐다.

전체 기간의 평균증가율이 전국 평균에 훨씬 못미치는 데다 최근의 경기 평균증가율도 높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해 상대적으로 경기회복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 지역간 격차 산업정책에 활용해야〓KIET는 "1그룹과 4그룹간의 평균증가율은 최고 5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어 경기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 밝혔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단 밀집지역 등이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게 나타난 반면 신발.섬유 등 최근 침체된 업종들이 지역경제를 이끌고 있는 지역의 경기회복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 설명했다.

김원규 KIET연구위원은 "환란이후 예상됐던 지역별 경기 양극화 조짐이 확인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며 "앞으로 지역별 경기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지역특성에 맞는 맞춤식 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산자부는 앞으로 대구(섬유.밀라노 프로젝트).부산(신발).광주(광산업).경남(기계 테크노벨트)등 지역특성에 맞는 산업을 집중육성할 계획이지만 이처럼 나타난 경기회복의 '지역차' 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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