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날씨가 덥냐? 더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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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추석도 지났는데, 어찌 된 게 한여름보다 더 날씨가 더우냐?” “날짜로는 분명 가을인데, 왜 이렇게 날씨가 덥냐?”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떤 사람은 “날씨가 더우냐?”, 어떤 사람은 “날씨가 덥냐?”라며 불만을 토로하는데 누가 어법에 맞게 표현한 것일까. “날씨가 덥냐?”라고 하는 이가 꽤 많지만 “날씨가 더우냐?”로 사용하는 게 바르다.

 형용사 ‘덥다’는 해라할 자리에 쓰여 물음을 나타내는 종결어미인 ‘-냐’와 결합할 수 없다. ‘-냐’는 ‘이다’의 어간, 받침 없는 형용사 어간, ‘ㄹ’받침인 형용사 어간 또는 선어말어미 뒤에 붙으므로 ‘덥냐’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형용사 어간 뒤에는 ‘-으냐’가 오고, ‘덥다’는 어간의 받침 ‘ㅂ’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오/우’로 바뀌는 ㅂ불규칙용언이므로 ‘더우냐(덥-+-으냐)’ 형태로 쓰인다. “이 날씨에 여기까지 뛰어오다니 얼마나 힘들고 더우냐?”처럼 사용하는 게 바르다.

 ‘춥다’도 마찬가지다. “봄인데 왜 이리 날씨가 춥냐?”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날씨가 추우냐?’로 바루어야 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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