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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덩그러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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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덩그렇다’는 덩그레, 덩그러니, 덩그렇게, 덩그렇소 등으로 활용된다. “고만고만한 초가집 사이로 기와집 한 채가 덩그렇게 서 있다.” “수도원을 지나서 시의 변두리를 흐르는 강에 걸린 시멘트 다리는 기둥만 덩그렇게 남기고 부서져 있다.” ‘덩그렇게’는 ‘덩그렇다’의 부사 활용형으로 홀로 우뚝 드러나 있는 모습을 이른다.

 활용형 ‘덩그러니’의 어미 ‘-니’는 물음이나 원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길가에 미루나무만 한 그루 덩그러니?” “책상 위에 스탠드만 덩그러니 조그만 꽃병이라도 하나 더 놓을까?”처럼 쓰일 수 있으며 문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덩그러니’는 이런 활용형으로 쓰이기보다는 현실에서 부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글머리 예문에 나오는 ‘덩그렇게’를 ‘덩그러니’로 바꾸어도 의미상 아무런 차이가 발생하지 않고 또 자연스러운 까닭은 이 때문이다.

 “식탁 위에는 수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흙담이 무너진 초가집 한 채가 들판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에서처럼 부사로 인정하는 것이 좋겠다. ‘덩그러니’는 사용 빈도가 높아 부사로 독립시켜도 좋을 단어다. ‘기다랗게-기다라니’ ‘멍하게-멍하니’ ‘파르랗게-파르라니’같이.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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