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합쳐야 될 시·군·구는 서두르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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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서로 합치고 싶은 지방자치단체를 위한 ‘안내서’가 어제 제시됐다.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가 출범 7개월 만에 시·군·구 통합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인구나 면적이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축소 지자체’나 지리·경제·역사·문화적으로 합치면 더 잘살 수 있는 ‘통합 필요 지자체’ 등은 올해 말까지 통합을 건의하면 된다. 주민투표는 2013년에 실시되고 통합 지자체는 2014년 7월에 출범하게 된다. 현재 전국의 시·군·구는 230개다. 대략 추산되는 대로 80개 정도가 통합되면 약 3분의 1 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의 시급한 필요성에 비하면 이런 일정은 사실 늦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년에 총선·대선이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민투표는 그 이후로 미루어질 수밖에 없다. 주민투표가 얼마나 논란적인지는 최근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잘 보여졌다. 늦었지만 ‘2013년 주민투표’라는 일정을 잘 활용하면 누적된 행정구역 폐해를 치료하고 새로운 ‘기능성 지자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의 지자체 구도는 맞지 않는 옷이다. 많은 주민이 다른 지자체로 출퇴근할 때나 인근 자치단체의 각종 시설(화장장 등)을 이용하는 데에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도시는 팽창하는데 인근 농촌지역은 지자체가 달라 새로운 부지를 구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 지자체가 몇 개 합쳐지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며 주민은 각종 공동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중복되는 행정비용도 줄일 수 있다.

 현재 수원·화성·오산, 과천·의왕, 전주·완주 등에서 통합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대략적이나마 통합의 기준과 일정이 제시된 만큼 통합이 필요한 지역의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미 통합된 창원·마산·진해에서 드러나는 장점과 단점을 잘 따져보는 것도 의견수렴에 도움이 될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대한민국이란 몸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주민들이 잘 판단해서 적시에 통합을 달성하면 ‘왕(王) 복근’ 지자체를 만들 수 있다. 작은 이해관계로 필요한 통합에 주저하면 나라 전체로도 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