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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시민 쾌걸〉

중앙일보

입력

사람들은 누구나 영웅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평범한 영웅은 드물다. 슈퍼맨은 어딘가 먼 별의 사람이고, 배트맨은 돈이 무지 많다.

(배트맨은 무기만 봐도 일반사람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비싸 보인다.) 스파이더 맨은 어딘가 비정상 적인 사람 같고....그렇다면 쾌걸 조로는?

이 만화의 주인공 정의봉은 20년 이상 회사를 다니면서 단 하루도 오전 8시가 지나서 출근한 적이 없다. 그리고 조퇴를 한 적도 없다.

그러나 어느 날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당하게 된다. 비디오나 빌려 보려고 가게에 갔다가 비디오 가게 주인의 말에 혹해 비디오 가게를 인수하게 된다.

아르바이트생과 가게를 새로 정리하던 정의봉은 한 개의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하다. 정품 케이스가 없이 제목도 부실하게 쓰여진 '쾌걸 조로'.

둘은 이것이 불법 유통되고 있는 야한(^^;) 비디오라고 생각하고 문을 걸어 잠근 뒤 비디오를 켠다. 그러나...그건 행운의 비디오.

"당신은 반드시 일주일 안에 다음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지시는 일주일 안에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것, 그리고 정의의 사도로서의 숙명을 받아들이라는 것. 접속한 곳은 '쾌걸 조로 국제 연맹 한국지부'.

그곳에는 쾌걸 조로에 대한 설명과 쾌걸 조로로 활동할 때 필요한 장비(무지 비싸다. 5억이 넘는 것도 있고, 제일 싼게 39만9천원)를 주문할 수 있는 곳 등이 있었다.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면 불행이 닥친다는 말에 정의봉은 조로로 가입하고 물건을 산다. 그리고 1주일 뒤 물건이 도착하고...정의봉은 진짜 조로가 된다. 아르바이트생도 뒤늦게 아차 싶어 가입하지만. 한국지부에 배당된 인원은 1명.정의봉만이 한국의 조로로 활동하게 된다.

여기서 잠깐...이 만화를 보다보면, 실제와 허구가 동시에 존재해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실제 '쾌걸 조로 국제 연맹 한국지부'란 곳이 있다.

인터넷 주소는 만화에 나와 있듯이 http://www.elim.net/∼ggorro/zorro.htm 이다.

여기에 들어가면 실제로 조로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 들어만 가보고 가입은 안 해봐서 그런데 여기에 들어가면 '행운의 비디오'를 보고 들어온 사람은 반드시 가입하라는 말이 나온다. 아마도 이 '행운의 비디오'란 것도 실제로 있는 것 같다.

조로로 활동하게된 정의봉은 평범한 비디오 가게 주인과 조로를 오가며 생활하게 된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아마도 일반시민으로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분통터져 봤을만한 일만 따라 다닌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동질감을 느끼며 볼 수 있을만한 만화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얘기는 다 한번쯤 다루었고(ㅇ양 비디오, 옷로비 사건 같은 것)그렇기 때문에 괜히 더 친근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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