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바탕 쇼로 끝난 안철수 출마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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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서울시장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6일에 불과했지만 초대형 태풍처럼 휘몰아쳤던 시장출마설이 확실하게 마무리됐다. 안철수다운 깔끔한 포기 선언이었다.

 물론 안 교수의 정치행보가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안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변호사를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세움으로써 사실상 박 변호사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또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여지를 남겨놓았다고 볼 수도 있다. 정확한 평가는 이후 안 교수의 행보에 달렸다.

 현 시점에서 평가하고 싶은 것은 참신한 포기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듯 안 교수는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보통 정치인의 경우 한 자릿수 지지율에도 출마를 포기하지 않는다. 안 교수는 절반의 지지율을 확보하고서도 포기했다. 보통 정치인의 경우 자신의 출마를 위해 경쟁 후보를 회유하고, 흔히 매수하기도 한다. 그러나 안 교수는 자신보다 훨씬 지지율이 낮은 박 변호사가 ‘훌륭한 분’이란 이유만으로 20분 만에 포기를 선언했다.

 이런 포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안 교수는 말을 아끼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직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다. “(서울시장 직은) 정말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이며 스스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까지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장 자리는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선출직이다.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욕망을 가진 남아(男兒)로서 다 따놓은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결심을 했다는 것 자체가 용기다.

 사실 안 교수의 출마설이 보도된 이후 주변에선 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미 안 교수는 과학자·교수·사업가·의사로서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단지 지식이나 돈이 많다는 이유가 아니라 반듯한 자세와 헌신적인 태도로 젊은이들의 롤모델(Role Model)로 꼽혔다.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수많은 청춘이 모여들었다. 안 교수는 이미 어느 누구보다 우리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정치판에 뛰어든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시장은 안 교수가 생각하는 행정직이 아니다. 오세훈 시장의 경우에서 확인됐듯 정치판의 최전선이다. 안 교수가 제대로 적응하기 쉽지 않다. 정치판을 개혁한다며 뛰어들어 자칫 흙탕물에 휩쓸려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출마 포기가 오히려 우리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길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안 교수는 이번 출마 소동으로 이미 정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지지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규정했고, “(출마설에 흔들리는) 허약한 정치인들에게 나라를 맡겼다는 것이 황당하다”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정확히 민심을 대변함으로써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 경고장을 던졌다. 안 교수가 제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정치권도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게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