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저축은행 구조조정 눈치 보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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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12개 은행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해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도 채 안 되거나 부채가 자산보다 오히려 많다는 이유에서다. BIS 비율이 8%가 채 안 되는 은행들까지 합치면 모두 35개가 불합격이다. 부산저축은행 등 7곳이 문 닫으면서 저축은행 부실이 어느 정도라는 건 익히 알려져 있던 바다. 그렇더라도 다른 저축은행들마저 이 정도로 부실하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 문제는 정부가 부실을 덮기 위해 엄청 노력했는데도 이렇게 심각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얼마 전 모든 상장기업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저축은행에는 5년간 유예시켜줬다. 대손충당금을 덜 쌓아도 되니 BIS비율은 나아졌다. 게다가 6월에는 저축은행의 부동산PF대출 중 1조9000억원을 매입해줬다. 그동안의 매입을 포함하면 7조4000억원 정도다. 저축은행은 그만큼 숨통이 트였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부실이 이 정도라니, 금융당국은 대체 뭘 하는 곳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이 부실을 몰랐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로 구조조정을 계속 미뤄왔을 뿐이다. 심지어 2008년부터는 부실 PF대출을 매입해주면서 저축은행이 좋아질 것이라고 호도하기까지 했다. 3년이 다 돼가는 지금, 결과는 정반대이지 않는가. 좋아지긴커녕 PF 부실률은 더 높아졌고, 저축은행 부실은 훨씬 더 심해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왕 시작한 것, 금융당국은 이번에는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 원칙에 따라 회생 가능성이 없는 저축은행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금융당국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와 걱정이다. 정치권에서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있다며 구조조정을 최소화하자고 요구한다는 말도 나온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해선 안 된다. 이번이 저축은행의 막대한 부실을 털어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저축은행도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