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 사업 해보겠다고요? 아는 분야부터 하세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34호 24면

윤석금 회장은 1945년생. 한국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세일즈맨으로 성공을 거두고 1980년 직원 7명으로 출판사를 설립했다. 책 방문판매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88년 웅진식품, 89년 웅진코웨이를 세웠다. 이후 건설·금융·태양광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연 매출 5조3732억원(2010년)의 웅진그룹으로 키웠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한 CEO가 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을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엔 여러 질문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나눠보죠.

IGM과 함께하는 경영콘서트 ①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하>

-맨손으로 창업해 대기업을 일궈냈습니다. 내부와 외부의 인재를 어떻게 조화롭게 중용하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7명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중에 배달·수금·운전하시는 분을 빼면 3명이 남았습니다. 작은 회사이다 보니 이후에도 대졸자는 별로 들어오지 않았어요. 소위 ‘좋은 스펙’을 가진 직원이 없었던 겁니다. 취업난인데도 중소기업은 안 가려고 하잖아요. 그때도 그랬어요. 다행히 열심히 해서 회사가 성장했어요. 그랬더니 영어를 잘하는 직원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기존 직원으로는 역부족이었어요. 더 큰 무대로 나아가려면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겠구나 생각했지요. 그때부터 직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외부 인력을 수혈하지 않으면 더 못 올라간다. 기업은 사람이 하는 건데, 우수한 인재 없이 어떻게 더 큰 회사가 되겠나.”

외부 인사를 채용하면 기존 직원과의 급여 차이가 납니다. 유능한 사람을 데려오려면 많이 줘야 하지 않습니까. 괜찮은 사람이 아니면 왜 데리고 옵니까. 월급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부장이 연봉 5000만~6000만원을 받으면 외부 인사는 1억2000만원을 줘야 해요. 당연히 불만이 생기죠. “외부 사람이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내가 성공시켜놨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데려온 사람이 우리 직원이랑 비슷하게 일한다면 그건 우리 직원도 머지않아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되지 않습니까. 기존 직원에겐 그런 비전을 주는 겁니다. 또 외부에서 온 사람이 못하면 가차없이 내보냅니다. 일류를 많이 뽑아야 안에 있던 사람들도 좋아지는 겁니다. 전 노골적으로 얘기했습니다. 유능한 사람에게 연봉 많이 주는 걸 막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요.

-웅진은 출판으로 시작해 태양광 사업까지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신규 사업을 시작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봅니까.
중소기업은 자본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큰 프로젝트를 하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처음엔 정말 잘하는 분야로 넓혀야 합니다. 전 세일즈를 했기 때문에 물건 파는 건 정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초기의 사업은 전부 방문판매로 연결됩니다. 출판, 화장품, 정수기, 식품 등 전부 방문판매였습니다. 업종은 다르지만 파는 건 자신 있었습니다. 처음엔 실패도 안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까지 방문판매만 하나, 제조업도 해야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어 업종 다양화를 시작했습니다.

태양광 사업도 그중 하나입니다. 회사 내엔 관련 전문가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화학박사, 회계사, 영어 능통자 이렇게 3명을 뽑아서 1년간 시장조사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공부할수록 어려운 거예요. 그렇게 전 세계를 쑤시고 다니는데 미국의 썬파워라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너희가 태양광에 관심 있다며. 같이 할래?” 이런 거였어요. 우리를 포함해 세 곳에 제안을 했대요. 그랬더니 한 곳은 컨설팅 받고 6개월 후 답하겠다고 하고, 또 다른 곳은 미적거리고 있어요. 그런데 우린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제가 의사결정 속도가 중요하다고 했죠. 썬파워가 긍정적인 곳부터 검토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합작을 하게 됐고 웅진에너지를 설립했습니다. 3년도 안 돼서 웅진에너지를 상장했고, 그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습니다. 처음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하고, 회사가 커지면 도전을 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덩치를 키워 축적이 됐을 때 한 번쯤 도전을 하고, 그렇게 경쟁력을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30여 년간 실패한 것이 반쯤 됩니다. 이 정도면 엄청나게 성공한 거죠. 10개 중 5개를 실패해도 하나만 제대로 성공하면 실패한 건 전부 만회할 수 있거든요.

-투자한 만큼 수익은 나는데 여유자금은 안 생깁니다. 이럴 땐 쉬어 가는 게 좋을까요, 그래도 계속 투자를 해야 할까요.
처음 방문판매를 할 땝니다. 보통 할부로 결제를 하죠. 또 판매원들에게 커미션도 줬어요. 물건을 팔아도 비용이 많이 드니까 늘 돈이 부족했어요. 사업을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잡지 정기구독 방식을 알게 됐어요. 월간지 1년치 대금을 한꺼번에 받는 거죠. 학습지도 1년치를 미리 받자. 그때 학습지 ‘웅진IQ’의 1년 정기구독료가 5만4000원이었습니다. 학습지를 몇십만 명에게 파니까 160억원의 여윳돈이 생겼어요. 그래서 웅진코웨이도, 화장품도 만들었고 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익을 더 찾을 수 있는 틈이 있을 겁니다. 지금 가장 잘하는 것 같지만 지금보다 50%는 더 혁신할 수 있는 길이 있어요.

-다시 기업을 설립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지금 새 사업을 하면 세계 1등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3년 내에 세계 1등’ 이것이 캐치프레이즈입니다. 보통 10년 후 목표를 말하는데, 이런 건 와닿지가 않습니다. 반드시 덩치가 커야 세계 1등인 것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제품일 수도, 서비스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교세라도 별로 큰 회사가 아닙니다. 일본의 계측장비업체 호리바 제작소는 우리보다 훨씬 작지만 세계 1등입니다. 세계 1등이란 건 크기가 아니라 경쟁력입니다. 뭘 만들더라도 1등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 끊임없이 도전을 할 겁니다. 사람들이 그만 하면 됐다고 합니다. 네, 맞습니다. 내가 먹고살 건 10년 전에 다 마련했어요. 하지만 이젠 내가 달라졌습니다. 젊은 사람을 취업시켜야 하고, 사업 잘해서 세금도 더 내야 하고, 나라를 위해서도 경영 잘해야 하고. 옛날엔 부자가 되려고 사업을 했지만 이젠 사업의 의미가 달라진 거예요. 돈 이상의 의미를 갖고 싶습니다. 그것을 위해 지금도 도전을 합니다. 다시 30대로 돌아가 기업을 새로 시작한다 해도 또 도전할 겁니다.

IGM(회장 전성철)은 매달 한 번 대한민국 최고 CEO가 중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경영구루 릴레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02-2036-8300.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