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풍 외모에 나긋한 몸놀림 … 르노삼성 신형 SM7 시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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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신형 SM7의 핵심은 ‘핏줄 갈아타기’다. 이전 모델은 일본의 닛산 티아나와 이란성 쌍둥이였다. 이젠 프랑스의 르노 라구나와 친척뻘이다. 물론 여전히 엔진과 변속기·뼈대 등 핵심부품엔 닛산의 기술이 스몄다. 그러나 1999년 르노와 동맹 관계로 거듭나며 정체성을 섞은 이후 닛산 차는 이전과 달라졌다. 앙칼진 성향을 다독여 한층 감미롭고 부드러워졌다.

 한 발 앞서 진화한 SM3과 SM5가 ‘달라진 닛산’의 예고편이었다. SM7 역시 분위기가 확연히 바뀌었다. 디자인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섬세하고 조밀했던 구형과 달리 둥글고 미끈해졌다. SM5와 간격을 띄우기 위한 고민도 묻어난다. 아우디의 싱글 프레임을 연상시키는 전면부 그릴로 장중한 분위기를 강조했고, 아담한 앞뒤 램프로 덩치가 커보이는 효과를 냈다.

 실내 디자인은 유럽차 느낌이 물씬하다. 간결하고 차분하다. 현대·기아차의 현란한 인테리어와 대조적이다. 감성 품질도 야무지다. 패널은 단단히 맞물렸고, 금속 패널은 천박하게 반짝이지 않는다. 프랑스풍답게 공조 장치에 향기 카트리지까지 챙겼다. 시트는 쿠션이 튼실한 데다 뒤통수를 에워싸는 머리 받침까지 갖췄다. 무릎 공간을 70㎜ 늘려 뒷좌석도 한결 여유롭다.

 SM7은 V6 2.5L(190마력)와 3.5L(258마력) 두 엔진에 자동 6단 변속기를 물리고 앞바퀴를 굴린다. 출력을 이전보다 20마력·41마력씩 키웠다. 시승차는 3.5L 엔진의 RE35. 엔진은 시종일관 매끄럽게 회전했다. 가속도 부드럽다. 성급하게 채근해도 느긋하게 화답했다. 몸놀림과 승차감 역시 매끈하고 나긋했다. 하지만 이처럼 온화한 모습이 SM7의 전부는 아니었다.

 스포츠 모드를 고르자 꼭꼭 감춰둔 발톱을 드러냈다. 운전대는 돌연 무거워졌다. 변속기는 기어를 꽉 물고 엔진을 달궜다. 서스펜션은 굽잇길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뻣뻣해졌다. 그럼에도 SM7의 매력은 ‘부드러움’으로 간추릴 수 있다. 샹송처럼 은은하고 잔잔한 감각은 ‘최고’와 ‘최대’만을 강조하는 라이벌을 잠재울만한 SM7의 경쟁력이다. 가격은 3050만~3910만원.

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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