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가 독창적? 43년 전 영화에 이미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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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뉴스패드가 등장한 장면.

43년 전 개봉된 SF고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스탠리 큐브릭 감독)에는 ‘두께가 얇고 모서리가 둥글며 화면이 전체를 차지하는 테두리 없는 기기’가 등장한다. 이 영화의 원작자인 아서 C 클라크는 풀스캡판(가로 203㎜, 세로 330㎜) 크기의 이 기기를 자신의 소설에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보고서를 읽다 지치면 기기를 꺼내 지구의 신문 기사를 검색했다. 신문 1면을 화면에 꺼내 놓고 기사 제목을 훑으며 흥미 있는 기사를 골랐다. 기사에 붙은 번호를 누르면 우표 크기만 한 직사각형이 화면 가득히 커져 편하게 기사를 읽을 수 있었다.”

 당시 원작자가 붙인 기기 명칭도 흥미롭다. 바로 애플의 ‘아이패드’와 흡사한 ‘뉴스패드(Newspad)’다.

 삼성전자는 22일(현지시간) 애플이 제기한 갤럭시탭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을 심리 중인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이 영화의 한 장면을 증거로 제출했다.

 삼성 갤럭시탭이 ‘아이패드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애플의 주장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영화 속에서 우주인 두 명은 식탁 위에 지금의 태블릿PC와 유사한 기기를 올려놓고 BBC를 시청하며 밥을 먹는다. 검정색의 이 기기는 전체가 화면으로 되어 있고 자판이 없으며 1부터 0까지의 숫자 버튼 10개만 하단에 배치돼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전문 블로그(포스 페이턴트)를 통해 관련 사실을 전한,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언 뮬러는 “ 비슷한 디자인의 기기가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 이미 나왔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것이 실제 반론에 이용돼 흥미롭다”고 말했다.

 애플이 독일과 네덜란드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갤럭시탭 사진이 조작됐다는 외신 기사도 제출됐다고 뮬러는 전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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