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선친’은 가려 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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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월 ○일 선친의 고희연에 꼭 참석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칠순잔치를 앞둔 정모씨가 일가친척에게 건넨 초대의 말이다. 그의 말을 듣고 친척 어른이 나무랐다. 왜일까?

 ‘선친(先親)’은 남에게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므로 일흔 살 생신을 앞둔 아버지를 지칭하는 단어로는 적합하지 않다. 남에게 자기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인 ‘가친(家親)’ 또는 ‘엄친(嚴親)’, 아버지를 정중히 이르는 말인 ‘부친(父親)’ 등으로 바꿔 표현하는 게 적합하다.

 오랜만에 만난 학창 시절 친구에게 “선친은 잘 계시나? 몸은 건강하시고?”라고 묻는 것도 어법에 맞지 않다. ‘선친’은 내가 남에게 쓸 수 있는 말이다. 그것도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신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오늘은 선친의 제사가 있어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이번에 장학기금을 기탁하게 됐습니다”와 같이 써야 한다.

 ‘선(先)-’ 자가 붙으면 돌아가신 부모를 지칭하므로 살아 계신 경우에 사용하는 건 결례다. 한자어로 돌아가신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은 ‘선대인(先大人)’이고, 살아 계신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은 ‘춘부장(椿府丈)’이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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