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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대女 "한국 첫날 밤 충격! 이런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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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영어 교사 크리스티나 리트는 한국의 밤 문화가 좋아 한국에 눌러 앉은 경우다. 그녀는 “한국의 활기차고 시끌벅적한 밤 풍경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젓가락·병뚜껑게임 하며 과일소주 한잔

한국에서의 첫날 밤을 기억한다. 떠들썩한 거리와 번쩍이는 불빛, 수많은 사람, 한국의 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활력이 가득했다. 새벽 3시가 다 된 시간인데도 이렇게 북적거리다니!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분위기가 아침 7시까지 계속된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새벽 1시면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한국에서의 첫 밤이 나에게는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한국에서 3년 넘게 살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의 밤 문화 때문이다. 한국의 밤 문화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내가 살았던 미국 뉴저지에는 한국 사람이 많다. 수많은 한국 식당과 상점이 있다. 한국 식당에 들어가면 소주를 즐기는 한국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때 소주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술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 처음 소주를 마셨을 때, 보드카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깔끔하고 가벼운 맛이라고 느꼈다. 자체로 훌륭했지만 현재 내가 푹 빠져 있는 건 과일 소주다. 과일 소주는 내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료로 소주에 과일 주스를 섞어 만든다. 파인애플·레몬·블루베리·키위에 심지어 요구르트 맛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다 맛있지만 딸기 소주는 단연 으뜸이다. 과일 주스처럼 단맛이 강하다.

 한국에서 게임 없는 술자리는 상상할 수 없다. 이것이 한국의 술자리 문화다.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31게임’ ‘젓가락게임’ ‘병뚜껑게임’ 등이다. 호프나 바에 들어가면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들며 열정적으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두가 비슷한 방법으로 문화를 즐기고 있어서 주변에서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한국 사람은 진정으로 주어진 시간을 즐길 줄 안다. 나는 게임을 하지 않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딸기 소주를 마시지 않는다.

새벽 5시에 포장마차 ‘잠들지 않는 나라’

저녁에 친구들과 만날 때면 난 서울 홍대 거리나 강남으로 간다. 난 밤새 춤출 수 있는 열정적인 사람이라 아주 자연스럽게 홍대 거리와 강남의 많은 댄스 클럽을 알게 됐다. NB, EDEN, Club Naked 등이 내가 즐겨 찾는 클럽이다. 맨 처음 한국의 클럽에 들어갔을 때 재미있었던 건, 모두가 DJ를 보고 춤을 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모두가 곳곳에서,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춤을 춘다. 궁금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그들도 그 이유를 모른단다. 그들이 DJ를 보고 춤을 추는 이유는 여전히 나에게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춤을 추다 잠시 쉬고 싶을 때나 한창 신나게 춤을 춘 다음에는 레스토랑으로 가는데 항상 이른 아침까지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새벽 5시에도 수많은 사람이 떡볶이나 어묵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한국에 와서 처음 배운 단어 중 하나가 ‘방’이었다. 한국에서는 많은 활동이 노래방·DVD방·찜질방 등 방에서 이루어진다. 이 수많은 방은 24시간 열려 있다. 한국 사람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누구나 노래를 잘한다.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노래방 문화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 거리에 10개, 아니 그보다 많은 노래방이 있는 거리도 봤다. 난 노래와는 친하지 않아 가끔은 친구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두렵지만 한국의 노래방에서는 아무도 내 노래 실력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의 노래방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분위기가 아주 개인적이기 때문이다. 같이 온 사람들 앞에서만 노래하면 된다. 서구 문화에서 가라오케는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하는 곳이라 노래를 할 때면 늘 부끄러웠다.

 밤에 영화가 보고 싶어지면 동네 DVD방에 가면 된다. 친구·가족·연인과 함께 독립적인 공간에서 커다란 소파에 편안히 누워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음료나 간식을 사 들고 들어갈 수도 있다. 미국에는 이런 문화가 없어 한국에서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DVD방에 간다. 홀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독립된 방은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다. 많은 한국 사람이 DVD방이 사적인 이유로 커플들을 위한 공간이라 쑥덕거리지만, 나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밤새 놀고 난 뒤에는 찜질방에 간다. 찜질방은 자거나 쉬거나 목욕을 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곳이다. 한국에 오면 반드시 찜질방에 가봐야 한다. 이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서, 아니면 단순히 친구들과 밤새 놀다 새벽 4시에 집에 가는 택시를 잡을 수 없을 때 찜질방에 가야 한다. 가격도 저렴하다. 대부분 8000∼1만2000원 정도다. 가능하다면 나는 찜질방에서 살고 싶다.

 한국은 진정 잠들지 않는 나라다. 원하는 것이 로맨틱한 축제의 밤이든, 밤새워 춤을 즐길 수 있는 곳이든, 한국에서는 누구나 밤을 즐길 수 있다. 한국에서 보낸 매일 밤이 모두 즐거웠기 때문에 나는 한국의 하루하루를 모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앞으로 만나게 될 멋진 한국의 밤을 기대한다.

정리=손민호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기획

크리스티나 리트(Christina Ritt)

1984년 미국 출생. 한국에 먼저 와 있던 언니를 따라 2009년 한국으로 왔다. 원래 계획은 한 달간 한국 여행. 그러나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 여행기간이 두 달, 석 달이 되더니 벌써 3년째가 됐다. K팝 댄스 따라하기, 여행이 취미이며 요즘 한국어 배우기에 한창 열중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 안양 범계초등학교 영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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