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인도 파테푸르 시크리의 불란드 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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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종이에 먹펜, 41X58㎝, 2011


인도는 종교 간의 불화로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로 나누어졌습니다. 그러고도 크고 작은 테러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무굴제국 3대 황제 악바르(1542~1605)를 훌륭한 통치자로 손꼽는 것은 여러 종교를 융화시켰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이슬람교도이면서도 다른 종교의 행사에도 참여하고, 수도 아그라에 가톨릭교회를 짓도록 합니다. 종교별로 부인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런 훌륭한 황제가 큰 사고를 칩니다. 수도를 옮긴 사건입니다. 아그라에서 서남쪽으로 40㎞ 떨어진 시크리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수도를 이전한 것입니다.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후사가 없어 큰 걱정을 하던 터에 시크리에 사는 이슬람 성자 ‘셰크 사림 치슈티’의 예언대로 아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새 수도의 이름을 ‘승리의 도시 시크리’라는 뜻인 ‘파테푸르 시크리’로 정하고, 붉은 사암으로 아름다운 성과 모스크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물이 턱없이 부족하고 역병까지 돌아 15년 만에 다시 아그라로 돌아갑니다.

 펜화는 시크리성 모스크의 정문인 ‘불란드’ 문의 뒷모습입니다. 높이 41m로 요즘 건물 13층 높이입니다. 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으로 손꼽힙니다. 300년간 사람이 없는 빈 도시로 남아 있던 덕에 보존 상태도 좋습니다.

김영택 penwha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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