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나치 요원 F-712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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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설립자로 세계적 디자이너였던 코코 샤넬(1883~1971·사진)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스파이로 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언론인 핼 버허건은 이날 출간한 샤넬의 전기 『적과의 동침, 코코 샤넬의 비밀전쟁』에서 1940년 당시 57세였던 샤넬이 독일군 방첩부대 ‘압베르’의 요원으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버허건은 “프랑스·영국·독일·미국 등의 각종 문서들을 조사한 결과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았던 샤넬의 나치 부역 사실을 확인했다”며 “샤넬의 압베르 요원 번호는 F-7124, 암호명은 웨스트민스터였다”고 밝혔다.

 전기에 따르면 ‘맹렬한 반유대주의자’였던 샤넬은 독일군이 프랑스를 점령했을 당시 귀족 가문 출신인 독일군 장교 한스 귄터 폰 딩크라게와 사랑에 빠지고 관계를 맺으면서 압베르의 요원이 됐다. 지중해 지역과 파리에서 첩보망을 가동하던 폰 딩크라게는 히틀러의 오른팔이자 나치 선전장관이던 요제프 괴벨스에게 직보할 정도로 거물이었다.

 샤넬이 전쟁 중 파리의 초호화 호텔인 리츠 호텔 7층에 거주하고 경제적 여유를 누렸던 것도 폰 딩크라게의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리츠 호텔에는 괴벨스와 헤르만 괴링 등 나치 수뇌부가 빈번히 드나들었다. 샤넬은 1941년 8월 압베르의 지시로 스페인에서 첩보원 모집 활동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샤넬은 생전에 나치 부역 소문을 전면 부인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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