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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펀드 … 딤섬 본드 … 그들이 베팅하면 트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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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수퍼리치’로 불리는 고액 자산가는 막강한 자금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로 무장한 똑똑한 투자자다. 이 때문에 고비 때마다 이들이 골라낸 새로운 투자처는 금융시장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시장을 앞서가는 이들이 움직이면 트렌드가 된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자문형 랩이다. 자문사가 추천한 종목에 투자하는 고객별 맞춤형 상품으로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를 끌어모았던 상품이다. 이재경 삼성증권 UHNW사업부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2009년 연말부터 자문형 랩에 투자했다”면서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고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도 눈을 돌리는 이들의 관심을 반영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등의 주식에도 투자하는 해외자문형 랩까지 속속 등장했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신상’ 투자상품도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PEF) 방식으로 먼저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상장한 페이퍼컴퍼니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에 투자하는 ‘스팩 펀드’는 지난해 초 인기를 끌었다. 자산의 최대 30%를 기업공개(IPO)에 나선 해외 공모주와 유상증자 등에 투자하는 ‘글로벌IPO펀드’도 사모펀드가 먼저 나온 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 펀드까지 출시됐다.

 고금리와 환차익, 세제 혜택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브라질 국채 투자나 위안화 절상 가능성에 베팅하는 수요가 맞물리며 중국 위안화 표시 채권인 딤섬 본드 등도 고액 자산가의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헤지펀드’에도 자금이 몰리면서 높아진 투자자의 눈높이를 보여줬다.

 삼성생명의 상장을 계기로 불붙은 비상장 주식 투자 열풍도 강남 부자들이 주도했다. 투자자들이 ‘제2의 삼성생명’을 찾아 IPO를 앞둔 ‘흙 속의 진주’ 찾기에 나서면서 삼성SDS와 현대홈쇼핑 등 비상장 주식의 주가가 장외 시장에서 고공행진을 했다. 이처럼 비상장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들 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만들어졌고 몇몇 증권사는 비상장 주식 중개 서비스에 나서기도 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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