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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반한 한국 (32) K-팝에 빠져 한국 온 알리아 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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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유튜브로 가수 비 보고 ‘우와’

내가 K-팝을 처음 접하게 된 건 5년 전이다. 우연히 ‘유튜브’에 접속했다가 비의 ‘아임 커밍(I’m Coming)’ 영상을 보게 됐다. 처음 영상을 봤을 때 내 첫 반응은 “우와! 이게 뭐야?”였다. 이후 인터넷을 뒤지며 비에 관한 정보를 찾았고, 급기야 K-팝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

대구의 초등학교 영어선생님 알리아 레이첼 존스의 방에는 한국 K-팝 가수와 연예인의 사진이 도배돼 있다.

 내가 K-팝을 사랑하는 이유는 친숙한 박자와 획기적인 뮤직비디오, 한국 가수의 잘 생기고 예쁜 외모, 그리고 가창력 때문이다. 수년간의 연습생 시절을 통한 고된 노력이 K-팝의 성공을 가져온 게 아니겠느냐는 게 내 나름의 진단이다. K-팝 가수들은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한다. 내가 K-팝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음악무대·예능·콘서트·팬미팅 등을 통해 가수들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고? 조금 많기는 하지만 일단 적어본다. JYJ·비·동방신기·빅뱅·샤이니·2AM·FT아일랜드·비스트·애프터스쿨·카라·2NE1·앰블랙·박효신·서인국·세븐·나비 그리고 클래지콰이 등이다.

 K-팝은 가사가 한국어와 영어가 결합돼 있어 특별하다. 외국인 팬은 처음에 한국어 가사를 잘 모를 수 있지만, 영어 가사가 있어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나처럼 외국인 팬에게는, 인터넷에 한국어 가사를 번역하여 영상 자막까지 입혀주는 한국 팬이 정말 고맙다. 나는 대학생 때 K-팝 영상과 K-팝 블로그에 실린 글을 읽으며 지냈다. 이와 같은 경험은 내가 수천 마일 떨어진 미국에 살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연결고리가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K-팝은 전 세계 팬이 한국 가수에 대한 사랑을 공유하는 글로벌 현상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가 쉬워진 점이 누구든 K-팝 팬이 될 수 있도록 했다. K-팝은 정말 강력한 문화 교류의 도구다.

K팝 가수 콘서트 때 흔들었던 각종 야광봉을 들고 있는 알리아 레이첼 존스.

이제 사물놀이·김치·한글에도 관심

K-팝은 내가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나는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했는데 인류학을 통해 다른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나는 K-팝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한국 역사와 문화 관련 수업도 듣기 시작했다. 그 뒤로 ‘Korea Nights’라는 행사에도 참가했고, 사물놀이와 한국전통 춤을 감상했고, 김치를 맛봤고, 한글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 방에는 현재 동방신기와 비의 포스터가 붙어있는데 이걸 본 친구들이 나에게 묻곤 한다. “한국 음악이 왜 그렇게 좋아?” 그러면 내 대답은 항상 다음과 같다. “K-팝은 최고니까! 너도 한번 들어보면 빠질 거야” 그리고 나서 K-팝 가수의 리스트와 뮤직비디오를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대학교 4학년 때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칠 기회를 얻었다. 한국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나는 한국에 너무 가고 싶었다. 또 이 기회가 드디어 K-팝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정말 가고 싶었다. 나는 그 기회를 잡았고, 한국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1년간 지내게 되었다. K-팝은 나와 한국인 학생 사이에 연결고리가 되어 주었다. 한국에서의 내 일상은 주중에는 학생을 가르치고, 주말에는 학생들과 함께 K-팝 콘서트를 보러 가는 것으로 나뉜다.

 나는 지난해 8월부터 무려 14개의 K-팝 콘서트에 갔었다. 박효신, 한류드림페스티벌, FT아일랜드, JYJ, 아시아송페스티벌, YG 패밀리, 클래지콰이, 2AM, 비, 샤이니, 비스트, 빅뱅 그리고 드림콘서트까지! 나는 현재 비의 공식팬클럽인 ‘구름’의 회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내 생활은 K-팝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사실 K-팝 말고는 별다른 게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내가 K-팝 콘서트마다 볼 수 있었던 팬의 열정적인 호응은 정말 놀라웠다. 야광봉을 흔들고 ‘떼창’이라고 불리는 팬의 응원,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를 보겠다고 어떻게든 가수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이다. K-팝은 내 삶의 일부가 된 지 오래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항상 K-팝에 대한 믿음을 간직할 것이다.

정리=손민호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 기획

알리아 레이첼 존스(Alia Rachel Jones)

1988년 미국 출생. 미국 코넬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2010년부터 대구에서 초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K-팝 듣기와 롤리타 패션을 즐기고 바느질과 비즈 장식 만들기를 좋아한다. 주중에는 영어 선생님, 주말에는 K-팝 열성팬으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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