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저축은행 특별법 대통령 거부권 시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박재완 장관

저축은행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9일 피해대책소위를 열고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한 예금액에 대해서도 피해를 보상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한도를 1000만원 이하로 넘긴 예금주(총예금 6000만원 이하)는 원금을 100%로 보상받고, 이보다 저축액이 많은 예금주는 차등 보상을 받게 된다. 보상액은 한도인 5000만원을 기준으로 ▶10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인 경우엔 초과액의 95% ▶50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는 90%를 보상해 주는 식으로 예금액이 늘어날수록 보상비율은 떨어진다. 여야는 또 예금자보호법상 보호 대상이 아닌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투자 피해자에 대해서도 투자액이 1000만원 이하면 100%를 보상해 주고, 이를 초과하면 역시 차등 보상해 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소위는 이 같은 내용의 피해자 구제 방안을 현실화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특위는 이들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드는 재원을 예금보험기금에서 우선적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예금보험공단이 부실 저축은행들로부터 환수한 재산을 파산법에 따른 민사소송 절차 없이 피해자 구제에 쓰고, 부족한 금액은 정부가 출연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국회에 출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특위의 특별법 추진에 대해 “금융질서를 교란하고 재정규율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여야가 합의한 대로 (특별)법을 만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민주당 김성곤 의원의 질문에 “대통령이 판단하겠지만, 정부는 그런 법안이 채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해 법률안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박 장관은 최근의 국제금융시장 혼란을 거론하면서 “이렇게 (원칙 없이) 휘둘리면 국제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법이 국회에서 제정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저축은행 특위엔 입법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정무 소속의 한 의원은 “특위안은 다른 예금 피해자들과의 형평성뿐만 아니라 위헌소지까지 있기 때문에 법제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