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일제 어문정책 엿볼 수 있는 통감시대 교과서 8권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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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일 강제병합 직전인 통감시대(統監時代, 1905~10)의 교과서가 처음으로 복원됐다. 도서출판 경진은 신국판 양장 8권 세트(사진)로 복간한 통감시대 교과서 자료를 2일 공개했다. 역사(1권)·지지(地誌, 2~4권)·이과(5권)·산술(6~7권)·박물(博物, 8권) 등이며 각권 152쪽에서 672쪽에 이른다.

 교과서 복원을 주도한 허재영 단국대 교수(교육학)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통감시대 교과서는 일제시대 어문정책과 교육정책의 단초를 볼 수 있는 자료로서 어문 연구 뿐 아니라 근대사 연구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말했다.

예컨대 일제 통감부의 교과서 조사사업에 의해서 자유나 독립이란 말이 금칙어가 된 것이 1908년인데, 이후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주·자유·독립 등의 말을 배울 수 없었다. 일제의 강제병합 역사가 통감시대부터 예고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02년부터 근대 교과서 수집 및 복원 작업을 해온 허 교수가 그간 수집한 교과서만 280여종. 사재만 1억원 이상 들였다. 일제강점기 조선어독본 60종을 복원했고, 향후 총독부 발행 국어(일본어) 독본과 미군정 교과서도 계속 복원할 예정이다.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지난해 『통감시대 어문 교육과 교과서 침탈의 역사』(경진)를 출간하기도 했다.

허 교수는 “교과서를 기초 자료로 대한민국 국어 및 교육정책의 통사를 훑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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