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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패트롤] 외환당국 시장개입 얼마나 먹힐까

중앙일보

입력

계절은 속일 수 없다. 막판에 접어들며 온통 거짓말이 판을 치고 있는 선거판과는 사뭇 다르다.
산에는 진달래가 꽃망울을 부풀리며 어김없이 봄맞이를 시작하고 있다.

선거판 말고 봄맞이 겨를이 없는 곳은 현대그룹이다. 지난주말 이후 현대는 정몽구.몽헌씨등 오너 형제들간에 역전, 재역전을 거듭하는 경영권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태풍에 휩싸여 있다.

승부는 곧 가려지겠지만 후유증은 두고두고 남을 전망이다.

국내 최대그룹 현대가 입은 상처도 만만치 않다.

우선 정주영 명예회장 이후 후계체제의 불안정성이 노출됐다. 디지털시대를 거꾸로 가는 듯한 '족벌형' 경영권 분쟁이 남긴 상처는 더욱 크다.

현대는 이번주 수습작업에 나서겠지만 후유증이 계속될 경우 현대는 물론 국내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으로 불씨가 옮겨붙을 가능성도 크다.

현대에 가리긴 했으나 지난주말 외환.서울은행 등 두 시중은행 최고경영자들의 전격 사퇴가 가져올 파장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당초 옷벗는 은행장이 한명도 없으리라던 이번 은행주총에서 벌써 6명이 사표를 냈다. 이미 은행가에는 합병.퇴출을 골자로하는 2차 구조조정의 전운(戰雲)이 짙게 깔리고 있다.

거시지표 중에는 역시 환율이 관심꺼리다.

지난주 1997년 환란(換亂)이전수준까지 떨어진 원화환율은 이번주 당국의 시장개입 강도에 따라 오르내림폭이 좌우될 것이다.

당국이 외채를 앞당겨 갚는 등 달러를 퍼낼 수 있는 대책을 강구중이나 환율 현상유지에 급급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증시는 외국인들이 집중 매입하고 있는 삼성전자 외에는 주도주가 없어 큰 기대를 걸기는 힘든 양상이다.

오늘 개장되는 제3시장도 코스닥시장같은 바람이 불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지난주에는 나라 밖에서도 '세계 최대기업' 쟁탈전이 벌어졌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는 인터넷 접속장비 제조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가 마침내 마이크로소프트(MS)를 주식 시가총액으로 10억달러가량 앞질러 세계 최대기업 자리에 올랐다.

양사는 앞으로도 '세계최대' 자리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을 계속할 전망이다.

그러나 시스코사는 인터넷시대의 핵심 기술 장비들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MS보다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미국 증시가 인터넷 열풍 속에서도 시스코처럼 확실한 기술과 시장을 가진 기업들을 골라 키우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할 것이다.

이번주 국제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의다.

그동안 미국의 압박으로 산유국들이 증산에는 합의했으나 문제는 증산 규모다.

증산규모가 하루 1백50만배럴 안팎에서 결정되면 배럴당 3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는 고삐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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