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입 혼란 몰고온 나이스 성적 오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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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 3월 도입된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서 사고가 났다. 고교생 1만5000~2만여 명의 1학기 말 성적을 잘못 처리하는 오류를 일으켰다. 전체 고교생 190만 명의 성적을 재검증하는 초유의 일이 빚어진 것이다. 일부 학생의 내신 석차와 등급이 변동되는 ‘성적 대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2012학년도 대입 수시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해 온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겪을 혼란이 걱정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5일까지 해당 학생을 파악한 뒤 29일까지는 수정된 성적을 통보할 계획이다. 수시 원서접수 이전에 수정 작업이 완료되므로 입시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시에서는 미세한 내신 점수 차이로도 당락(當落)이 엇갈린다. 성적 오류 대상자 중 고3 수험생을 3분의 1로 잡을 경우 최소 5000명 이상의 내신이 뒤바뀐다. 입시를 불과 1주일 앞두고 전략을 새로 세워야 하는 학생·교사·학부모의 고충은 능히 짐작된다. 정정 과정에서 내신 등급이 떨어져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학생들이 소송을 낼 경우 법적 다툼의 소지도 있어 후유증이 우려된다.

 이번 오류는 중학교(200명)의 경우 13일, 고교에선 18일 교사들이 교과부에 신고하면서 확인됐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은 22일에야 진상을 발표해 늑장 대처했다. 쉬쉬하며 은폐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잘못된 내신 성적이 대입 전형에 그대로 반영됐다가 뒤늦게 오류 사실이 밝혀지는 최악의 상황이 없었던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렇더라도 대혼란의 원인과 책임은 찾아 엄하게 물어야 한다.

 차세대 나이스는 도입 직후부터 입력 과정이 복잡하고 오류가 많아 교사들 사이에선 ‘먹통 나이스’로 불렸다고 한다. 학생 성적을 전산 처리한 1997년 이래 대규모 성적 오류가 발생하기는 처음이라는 점은 이와 무관치 않다. 교과부와 나이스 개발업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추가 오류 가능성을 포함해 나이스 시스템을 전면 손질할 필요가 있다. 땜질식 처방은 학생들의 진로와 인생만 망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