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세설(世說

한류 아닌 한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전창관
태국 맨테크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유럽에서의 K팝 공연이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후 ‘한류’라는 의미의 재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한류의 ‘류’는 항간에 흐르는 유행이라는 의미의 ‘流’로서 흔히들 ‘Korean Wave’라고 표기한다. 이는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파도나 조류의 ‘Wave’를 뜻한다. ‘한류’를 이처럼 ‘한국 연예계의 일시적 세계 진출’이라는 소극적 측면에 국한한다면 ‘영미계의 팝송’ ‘프랑스의 샹송’ ‘이탈리아의 칸소네’ 등과 같은 지구촌 대중문화 장르와는 다른 한계성을 지닐지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한류를 운동에너지 변곡선의 한 정점에 머물지 말고 ‘운동에너지의 총합은 일정하다는 에너지보존법칙’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류의 총 에너지가 지구상에 지속적인 에너지 총합으로 머무르며 역동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한국이라는 나라의 경제력, 외교력, 민주화 성숙도 등이 없었다면 현재의 한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동남아나 중남미에도 시기적으로 유명해진 가수들이 있고, 국민성 자체가 대중성악 예술을 유난히 즐기지만 ‘동남아류’라든가 ‘중남미류’ 같은 것은 없다. 결국 ‘한류’가 형성하게 된 것은 한국의 국력 융성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지구촌 중심축 국가의 문화양상으로서의 ‘한류’가 한류(寒流)가 되지 않기 위해선 우선 ‘좋은 품질의 제품 보유’가 가장 요구된다. 둘째는 ‘브랜드 파워’로서 한국의 외교력·군사력이 융성해야 한다. 셋째는 한국 국민이 다른 국가 국민들과 포괄적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합쳐질 때 한국의 국격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SM엔터테인먼트 같은 훌륭한 대중문화단체가 창출해 내는 ‘문화행위예술 디테일링’과 그 구성원들의 탁월한 재능이 더 한층 빛을 발할 것이다.

 이제 한류는 어떤 연예문화집단의 특정 지역에 대한 일시적 트렌드 세팅(Trend Setting)이 아닌,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속의 중심국가로 온전히 자리매김하는 과정의 일면으로 이해돼야 한다.

전창관 태국 맨테크 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