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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30분 안에 폭탄 배달하라’ 숨쉴 틈 없는 오토바이 액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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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화 ‘퀵’의 두 주연 이민기(앞쪽)와 강예원.

이 영화, 엄청나게 시끄럽다. 정신이 없다. ‘뚝방전설’ 조범구 감독의 액션블록버스터 ‘퀵’ 얘기다. 평소 청담동부터 상암동까지 20분에 주파하는 오토바이 택배기사 기수(이민기). 폭주족 출신인 그가 어쩌다 옛 여자친구인 아이돌 가수 아름(강예원)과 폭탄을 오토바이에 싣고 달리는 신세가 된다. 범인은 “30분 안에 배달하지 못하면 터지고, 반경을 멀리 벗어나도 터진다”고 협박한다. 필사적인 질주와 대규모 폭발 사고가 이어진다. 기수와 아름의 아슬아슬한 동선은 서울 강남과 명동을 지나 인천공항 고속철도까지 확장된다.

 ‘퀵’의 속도감은 상당한 쾌감을 선사한다. 순제작비 80억원의 물량공세는 “차량을 이용한 액션블록버스터를 기왕 만들 거면, 뤽 베송의 ‘택시’보다 잘 하고 싶었다”는 제작자 윤제균 감독의 말을 곱씹게 한다. 공들인 특수효과와 액션이 잠시도 눈길을 떼기 힘들게 한다. 대형 트럭 밑으로 폭주족이 슬라이딩을 해 통과하고, 차량이 미니카처럼 연이어 대파된다. LPG통이 휙휙 떨어져 도로에 꽂힐 때는 식은땀이 흐를 정도다. 기수가 터널 벽을 타고 질주하는 장면도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에서 들여와 개조한 무선리모콘과 도기캠(차량에 장착하는 카메라) 등을 앞세운 ‘퀵’의 액션실험은 ‘해운대’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무모해 보였으나 대성공을 거뒀던 컴퓨터그래픽(CG) 말이다.

 조 감독의 만화적 감각에서 비롯된 과장된 연출에선 호·불호가 갈라질 것으로 보인다. 블록버스터답지 않은 비(非)전형성이 자주 발견된다. “자꾸 그렇게 대들면 운명하십니다” “갑자기 존댓말을 쓰고 그래, 속도감 떨어지게” 등 잔웃음을 유발하는 범인의 대사가 대표적이다. 이민기·강예원 두 배우의 과장된 연기는 말풍선이 곁들여진 네모칸 만화를 스크린으로 그대로 이식한 듯하다. 김인권·고창석·주진모 등 조연들의 연기가 중심을 잡아준다. 배우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게 안쓰럽다는 점만 뺀다면.

 ‘해운대’에 이어 ‘퀵’ ‘7광구’까지 작품마다 ‘한국형’을 고민 중인 제작자 윤제균 감독은 ‘한국형’이 주는 친숙함과 그것이 제대로 구현됐을 때의 폭발력을 알고 있는 듯하다. 시꺼먼 쓰나미가 해운대를 덮쳤을 때의 현실감은, 대형폭탄이 서울 한복판을 강타하는 ‘퀵’에서도 대체로 적용된다. 아귀가 딱 들어맞지 않는 이야기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면 ‘퀵’은 꽤 즐길 만한 ‘서머 무비(summer movie)’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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