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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봉숭아학당 되나 … 손학규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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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오른쪽)가 8일 취임 인사차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손학규 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8일 오전 5시30분쯤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서울 영등포의 당사로 향했다. 오전 9시에 열리는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서였다. 귀국 첫날부터 강행군을 해야 했을 만큼 손 대표 앞에 놓인 당내 상황은 녹록하지 않 다.

 한나라당이 7·4전당대회를 통해 ‘젊은 지도부’를 구성하고, “좌클릭 한다”는 비판을 사면서까지 ‘서민정책’을 강화하자 민주당 내에선 ‘총선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장세환 의원이 8일 발표한 개인성명서는 그런 당내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그는 “한나라당은 전당대회에서 변화와 개혁을 선택했는데 우리는 당의 미래보단 자신의 안위만 신경 쓰는 ‘선사후당(先私後黨)’적 이기주의가 만연하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나사가 풀린 모습으론 내년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에서도 참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당내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그간 정국 현안을 놓고 불협화음을 계속 노출해 왔다. 최근 당내엔 “손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손발이 잘 안 맞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 원내대표가 지난달 23일 한나라당에 표결처리해 주기로 했던 KBS수신료 1000원 인상 문제가 대표적이다. 당시 손 대표 측근들은 “ 김 원내대표가 덜컥 국민에 부담이 되는 인상안에 합의해 주니 정말 화가 나더라”고 말하곤 했다.

 김 원내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가 최근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국회 인준절차를 8월로 넘기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손 대표 측은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김 원내대표가 표결 연기를 손 대표에게 통보하듯 알려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손 대표가 원내 현안에 너무 소극적이란 비판도 있다. 당 관계자는 “손 대표는 원내 문제는 맡겨 두는 스타일인데, 최종 책임은 당 대표에게 있는 만큼 좀 더 적극적으로 조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와 최고위원들 간에는 아슬아슬한 장면까지 노출됐다. 1일 열렸던 당 최고위원회에서 손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격한 설전을 벌인 게 대표적이다. 천정배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은 손 대표가 당시 정 최고위원을 겨냥해 ‘종북진보’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아 정체성 시비를 계속할 태세다.

 이런 가운데 8일 손 대표 주재로 열린 야권통합특별위원회 첫 회의에는 23명의 위원 중 참석자가 10명이 채 안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안팎에선 “한나라당을 향해 봉숭아학당이라고 비판해 왔는데 우리가 그런 모습 아니냐”는 자조까지 나왔다.

글=박신홍·김경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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