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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 만든 퀵서비스 ‘산재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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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 16만5000여 명의 퀵서비스와 택배 기사들이 내년 상반기부터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다. 산재보험이 적용되면 업무 중 숨지거나 다쳤을 때 유족·요양·휴업 급여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퀵서비스와 택배 기사들은 기업체·관공서·일반인 등 많은 사람에게 신속배달 서비스를 하는 ‘스피드 코리아’의 주역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이어서 그동안 산재보험 같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했다.

 정부는 8일 제1차 서민생활대책 점검회의에서 퀵서비스나 택배 기사의 산재보험 적용을 골자로 한 근무 여건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정부의 노력에도 친서민정책에 대한 국민의 공감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저소득 취약계층의 생활 여건 개선 등 각종 정책의 실효성과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퀵서비스나 택배 기사는 근로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모호한 지위(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때문에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주와 명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근로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모호한 신분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개선 방안에서도 이 같은 지위 때문에 퀵서비스와 택배 기사의 산재보험 적용 방식이 약간 다르다. 우선 물류회사와 계약관계가 비교적 분명한 택배 기사는 사용주에 해당하는 물류회사와 택배 기사가 반반씩 산재보험료를 부담한다. 또 물류회사와 계약관계가 불분명한 퀵서비스 기사는 본인이 산재보험료를 100% 부담하도록 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퀵서비스와 택배 기사의 월 평균 수입은 각각 150만원과 200만원 정도다. 산재보험을 적용받으려면 퀵서비스 기사는 월 3만원을, 택배 기사와 업체는 각각 2만원 정도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이번 대책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신수동 한진 택배터미널을 방문한 지 보름 만에 나온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택배기사가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퀵서비스나 택배 기사들은 반발했다. 퀵서비스노조의 양용민 위원장은 “고용노동부가 산재보험 적용 여부를 놓고 검토하던 중 대통령 말 한마디에 갑자기 대책을 발표했다”며 “퀵서비스 시장을 합리화하는 게 먼저인데 정책의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직원도 아닌데 갑자기 산재보험료를 내라면 택배 기사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택배기사는 “보험료 때문에 잘리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며 “서민을 위하겠다는 정책이 서민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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