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핫 랭킹 - 이 상품] 수산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대형마트 업체들은 올해 노르웨이·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서 고등어·오징어 등을 공수해 와 판매했다. 이상 기후와 일본 원전 사고 여파로 수산물 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이마트 은평점의 수산물 코너.


이상 기후로 모든 종에 걸쳐 국내 수산물 어획량이 줄어드는 게 요즘 상황이다. 안 그래도 다양했던 수산물 수입 국가가 더 다양해지는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일본 수입량이 뚝 끊기면서 생긴 현상이다. 소비자들이 올 상반기 많이 찾은 인기 품목을 들여다보면 이런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의 인기 상품이 뭔지 알아보는 ‘핫 랭킹-이 상품’ 코너. 이번 주는 수산물 판매 순위다. 다른 소비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면 똑똑하게 장을 보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정선언 기자

고등어·갈치·굴비·오징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생선이다. 업체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생선은 하나같이 ‘베스트셀러’ 생선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상 기후와 일본 쓰나미 등의 요인에도 큰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식습관이란 게 말 그대로 ‘습관’이어서 쉽게 바뀌지 않는 까닭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변화가 두드러졌다. 가장 큰 변화는 수입 수산물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반찬거리 소비가 주를 이루는 대형마트는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상 기후는 수산물의 가격만 올려놓은 게 아니다. 품질도 떨어뜨렸다. 자연히 안 팔렸다. 문제는 수산물이 신선식품·정육과 함께 마트의 ‘얼굴’이라는 것. 이들 상품의 경쟁력이 곧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매장을 찾는지와 직결된다. 그렇다 보니 싸고 질 좋은 생선을 확보하기 위해 업체들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고등어가 이런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국산 고등어의 비중은 96.4%에 달했다. 올해는 80%까지 떨어졌다. 이상 기후로 국내 어획량이 전년 대비 80% 줄었다. 그나마 잡히는 건 사료용 외엔 쓸 데가 없을 정도로 작았다. 이마트 측이 지난 1월 업계에서 처음으로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판매한 건 그래서였다. 보통 450g 정도 하는 국산에 비해 600g 정도로 크기는 컸고 가격은 40% 정도 쌌다. 특히 일본 원전 사고 이후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일본산까지 대체하며 고등어 부문 2위로 뛰어올랐다.

 갈치의 판매는 부진했다. 이는 고등어와 달리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일부를 일본에서 들여왔지만 올해는 그나마 끊겨 국내산으로만 수요를 감당해야 했다. 그런데 국내 어획량이 주니 결국 순위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마트와 달리 백화점에서 팔리는 수산물 대부분은 100% 국내산이었다. 선물 수요가 많고 고급 소비가 몰리는 탓이다. 하지만 백화점 수산물도 일련의 물가 변동 요인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바로 굴비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굴비 매출이 전년 대비 49% 급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구제역으로 명절 선물로 각광받던 한우세트 대신 굴비세트가 날개 돋친 듯 팔렸던 것이다. 지난해 10만원대 굴비세트가 인기였다면 올해는 갈비세트와 비슷한 가격대의 20만~30만원대 제품이 잘 팔렸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백화점에서 찾을 수 없던 해외 수산물을 ‘특별전’ 형태로 살 수 있게 된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은 8일부터 3일간 경인지역 8개 점포에서 ‘알래스카 수산물전’을 연다. 이를 위해 알래스카산 명태·대구·넙치·대게 등을 8t가량 들여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4월 태국에서 들여온 주꾸미 100t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상 한파로 봄철 대표 수산물인 주꾸미의 국내 어획량이 급감한 탓이었다.

 홈쇼핑 역시 국내산 비중이 컸다. 냉동 형태로 판매하는 제품들이라 사전에 국내 물량을 확보해 가공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홈쇼핑 3사 중 2곳에서 5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고등어 제품은 모두 안동 간고등어였다. 조리해 먹기 편한데다 가격도 저렴한 것이 인기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저렴한 묶음 제품이 잘 팔리며 홈쇼핑 수산물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30%가량 늘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