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연 “IOC 위원 그들의 언어와 미소로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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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연 유치위 대변인이 6일 오후(현지시간)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평창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정으로 원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평창의 꿈을 이룰 수 있어 행복했어요.”

 ‘평창의 보석’ 나승연 유치위원회 대변인을 7일 오전 그의 숙소인 더반 힐튼 호텔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그의 방엔 평창 관련 각종 자료, 현지 영어신문들이 쌓여 있었다. 인터뷰는 그가 가장 편하게 구사하는 영어로 진행했다. 나 대변인은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해외에서 성장해 영어·프랑스어가 유창하다. 프레젠테이션 직후 그가 처음 한 일은 다섯 살 난 아들(김나일 군)과의 통화. 나일 군은 “엄마,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 봤어. 집엔 언제 와?”라고 울먹였다. 나 대변인은 2010년 4월부터 지구를 열 바퀴도 넘게 도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나 대변인은 그러나 “2018년에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릴 때쯤이면 나일이도 ‘엄마가 이런 일을 했었구나’라면서 조금은 자랑스러워 해주지 않을까”라며 활짝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평창’이 호명된 순간 느낌은.

 “모든 것이 정지하는 느낌이었다.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고, 순식간에 감정이 복받쳤다. ”

 -긴장이 많이 됐을 텐데.

 “나뿐만이 아니라 팀 모두가 연습을 너무 많이 했었다. 그래서 오히려 막상 단상에 오르는 순간엔 마음이 차분해졌다. 처음에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할 땐 조금 긴장해서 입이 마르더라. 순간적으로 단어들이 꼬였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바로잡았다.”

 -PT에서 특히 강조한 부분은.

 “IOC 위원들이 평창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 후보도시의 강점을 국제적 감각으로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게 관건이었다.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이기 때문에 감동을 주는 것도 신경 썼다. 인위적 감동이 아니라 진심에서 나오는 감동이었고, 나도 눈물이 고였다. IOC 위원들의 부인과 얘기를 나누는데 부인들이 PT 내용을 얘기하면서 눈물을 흘리더라. ”

 -PT뿐 아니라 그간 로비 활동에서도 톡톡한 몫을 해냈다. 별명이 ‘평창의 보석’인데.

 “(웃으며)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선 그들의 언어로 말을 해야 한다. 반드시 영어를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들의 몸짓, 그들이 미소 짓는 방법, 그들에게 말을 거는 매너들을 세련되게 익히는 게 중요했다.”

 -평창을 위한 사명감을 다지게 된 순간은.

 “IOC 실사단을 맞이하던 주민들의 뜨거운 열정은 우리에게 모두 중요한 순간이었다. 유치를 준비하면서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그들이 ‘비인기 종목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라도 꼭 유치해달라’는 것도 잊을 수 없었다.”

 -다른 PT 참가자들과의 호흡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영어로 직접 PT를 하며 IOC 위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신 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김연아 선수는 역시 금메달리스트라 그런지 떨지 않고 멋진 PT를 선보여 감탄했다. 조양호 위원장님은 그동안 너무도 열심히 연습을 했 다. 박용성 회장님은 유머와 재치로 PT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셨다. ”

 -이젠 조직위원회로 옮겨가나.

 “ 일단 원래 하던 홍보회사 업무를 계속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한국의 스포츠 외교와 겨울 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싶다. ”

더반(남아공)=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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