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사정관 전형] 자기소개서 쓸 때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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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 입학사정관 전형 서류 접수가 지난해보다 한 달여 앞당겨진 8월 1일부터 시작된다. 기말고사가 끝난 고3들은 지금부터 서류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입학사정관 전형 지원에 필요한 서류는 크게 학교생활기록부와 추천서, 그리고 대학별 자기소개서다. 이 가운데 학생이 직접 작성해야 하는 자기소개서는 현 시점에서 지원자가 가장 총력을 기울여 준비해야 할 서류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막막해하는 것이 바로 자기소개서다.

설승은 기자

“공부보다 더 막막하다”며 자기소개서 작성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학생이 많다. 자기소개서는 학교생활기록부와 여타 증빙 서류로 다 드러낼 수 없는 지원자의 역량과 개성을 입학사정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써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항목마다 평가자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쓰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문항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먼저다. 질문을 꼼꼼히 따져 읽고 평가자가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고려대 입학사정관실 관계자는 “질문의 의도를 벗어난 내용이 담긴 자기소개서는 평가자에게 질문 자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게 한다”며 “쓰고 싶은 내용이 많더라도 항목이 묻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표현하라”고 강조했다.

자기소개서 항목은 대학별·전형별로 다르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해마다 발표하는 대입 공통 지원서 항목을 토대로 한다. 대교협이 발표하는 공통 문항은 각 대학이 지원자에게 묻고 싶은 공통적인 질문을 종합한 것이다. 대학들은 대학별·전형별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항목을 변형하거나 추가해 보통 5~6개의 질문을 던진다. 2012학년도 공통 문항은 네 가지로 성장과정과 지원동기, 학업과 진로 계획,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을 묻고 있다. 한양대 고지영 입학사정관은 “물론 각 대학의 인재상에 따라 중점적으로 보는 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학이 자기소개서에서 학생에게 원하는 정보는 비슷한 양상을 띤다”며 “공통 문항에 따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보면 다른 여러 대학에 지원할 때 이 내용들을 알맞게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학이 추가로 물을 수 있는 항목은 고교 재학 중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관한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이화여대 안정희 입학사정관은 “대학별·전형별 인재상에 따라 관련 활동이나 실적을 기술하도록 할 수 있다”며 “지원하는 전형의 특성을 잘 파악한 뒤 본인이 왜 해당 전형에 부합하는 인재인지 부각하라”고 조언했다. 활동 내용은 단순히 나열하지 말고 고민했던 점이나 깨달은 점 같이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강조해야 한다. 진로와 연계된 활동이면 더욱 좋다.

학생부 내용과도 균형 맞춰야

어떻게 써야 좋은 평가를 받을까. 학생이 직접 경험한 활동에서 느꼈던 점과 성장 내용을 담아 진솔하게 써내려간 ‘나만의 이야기‘는 1년에 수백 편의 자기소개서를 읽는 입학사정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

전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 연세대 박정선 입학사정관은 “보통 입학사정관 전형의 경우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나만의 특징을 보여줘야 한다”며 “뻔한 내용이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려면 개인적인 경험에서 소재를 발굴하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서 쓰면 평가자가 공감할 수 있고 지원자 본인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다.

‘쓸 내용이 없어’ 고민이라면 먼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보자. 고교 3년을 되돌아보며 어떤 경험을 했는지 시간 순으로 써내려간 뒤 내게 의미 있었던 경험, 학생부 기록과 유기적으로 연결지을 수 있는 경험을 추리는 것도 방법이다.

함께 제출하는 학생부 내용과도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학생부에서는 고등학교 생활 중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활동이 자기소개서에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도 활동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물론 학생부 내용만을 가지고 다시 나열하는 것도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버리는 것이다. 고 입학사정관은 “학생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도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은 자신의 의미 있는 경험을 담으라”고 말했다.

처음 완성한 자기소개서도 최종 제출 전까지 여러 번 수정을 반복해야 한다. 고려대 입학사정관실은 대학이 항목당 제한을 두고 있는 글자수(보통 500~800)에 알맞은지, 여러 항목에 동일한 경험을 반복해 쓰진 않았는지, 오·탈자가 있는지, 학생부상의 내용과 다른 점은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하며 완성도를 높일 것을 조언했다.

대필 또는 표절을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 하지 않은 경험을 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썼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 입학사정관은 “대부분의 학교가 표절 검색시스템을 활용한다”며 “자기 소개서에서 의심스러운 내용이 발견되면 지원자 본인이나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거나 면접에서 심층적으로 질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려한 스펙이나 마땅히 쓸 내용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자신만의 경험과 고민을 담아 쓰는 자기소개서야말로 가장 좋은 자기소개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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