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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스타일 배틀 ④ 커플 리조트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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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7말8초. 야구 용어가 아니다.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휴가 기간 얘기다. 그래서 지금쯤 어디를 갈까 계획 세우는 이도 많을 터. 멋쟁이들은 무슨 옷을 가져갈까도 고민이다.

일상 탈출을 즐기려면 옷차림 하나도 평소와 달라야 하니까. 이번 달 ‘스타일 배틀’ 역시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혼자 가는 휴가가 드문 만큼 ‘커플 리조트룩’을 주제로 내세웠다. 도전자는 신혼 커플 세 팀.

기억이 새록새록 한 신혼여행지에서 터득한 ‘휴가지 패션’을 재현해 보라는 주문을 했다. 이들은 한 매장 안에서도 서로 다른 색깔로 답을 내놨다. 우아·발랄·실용적인 리조트룩이 한눈에 나타났다.

글=이도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촬영협조: 타미힐피거 명동점 헤어·메이크업: 네스트바이유양희

우아·발랄·편안한 3색 리조트룩

이상엽·고한은 부부


지난달 26일 서울 명동 타미힐피거 매장에 세 팀이 모였다. 이상엽(34)·고한은(31)부부, 안태현(29)·안세영(29) 부부, 주원창(31)·김유나(29)부부였다. 이들은 4월부터 한 달 간격으로 식을 올린 진짜 신혼이었다. 휴가 패션에 대한 경험도 비슷했다. 정작 신혼여행 때는 제대로 된 커플 리조트룩을 입어보지 못했다는 것. 여자들은 비키니, 남자들은 선글라스 정도로 겨우 분위기만 냈단다.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옷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탓이다. “어쨌든 휴가가 또 돌아오니 이번엔 제대로 입어봐야죠.” 세영씨가 대표로 각오를 다졌다.

오전 10시 배틀이 시작됐다. 이씨 부부는 매장을 다 둘러보지도 않고 옷을 찜했다. 바로 맥시 드레스였다. 키가 1m70㎝인 고씨에게도 끌릴 만큼 우아한 원피스였다. 여기에 엉덩이를 덮는 니트 카디건을 덧입고, 캐멀색 가는 벨트로 포인트를 줬다. 이씨도 흰색·파란색·베이지색 등으로 컬러부터 맞췄다. 단 반바지나 티셔츠가 아니라 긴 면바지와 셔츠만 뒤졌다. 더울 법도 한데 니트 카디건까지 고집했다. 이유는 있었다. 미국 상류층의 대표 휴가지인 ‘뉴 햄프셔’에서 볼 법한 리조트룩을 컨셉트로 삼았던 것. “휴가지에서도 언제든 레스토랑에 바로 갈 수 있는 차림이잖아요. 남자가 카디건까지 걸친 건 언제든 여자를 위해 벗어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어요.”

주원창·김유나 부부


안씨 부부는 청바지·티셔츠가 주류인 ‘데님 라인’만 공략했다. 결혼은 했지만 여전히 20대 초반 대학생처럼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다. 특히 아내는 평소보다 과감하게 옷을 입어 볼 기회였다. 그래서 미니스커트, 튜브톱 원피스(어깨가 드러나는 원피스) 등을 이것저것 입어 봤다. 하지만 코너에서 뒤늦게 발견한 미니 주름치마와 배꼽이 보일락 말락 하는 티셔츠로 마음을 굳혔다. 남편도 아내처럼 ‘학생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컬러 취향은 달랐다. 남편은 아내가 골라준 회색 반바지·티셔츠를 흘끗 보고는 “자기거나 골라”라며 심드렁했다. 그러다 아내가 탈의실에 들어가자 슬쩍 남자 매장으로 혼자 내려와 버렸다. “전 따로 찍어둔 거 있거든요.” 그러고는 이내 빨간색 줄무늬 티셔츠에 빨간 가방을 골랐다. 반바지도 면바지보다 몸에 붙는 데님 반바지를 택했다.

안태현·안세영 부부


주씨 부부는 ‘무조건 단출하고 편안한 옷’을 찾아 나섰다. 더운 날씨에 옷이 거추장스러우면 안 된다는 원칙이었다. 특이한 점은 있었다. 다른 팀과 달리 남자 옷부터 골랐다. “남편 취향이 워낙 확실하거든요. 커플룩을 고를 땐 자기 스타일이 있는 사람부터 정하는 게 좋아요.” 김씨의 설명이었다. 실제 남편 티셔츠를 고르는 데 25분 넘게 들었다. 아내가 “이건 어때?” 하고 물어볼 때마다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김씨는 웃었다. “싫은 건 솔직하게 말하고 서로 맞춰가야죠. 이게 좋은 부부 대화법 아닌가요?” 고심 끝에 둘은 결국 파란색 그라데이션(한 색상에서 명도를 서서히 달리하는 표현기법)이 들어간 티셔츠를 낙점했다. 그 뒤엔 일사천리. 남편이 아내의 옷을 골라줬다. 신혼여행 때 입었던 홀터넥 드레스(끈을 목 뒤로 묶는 스타일의 드레스)가 정말 잘 어울렸던 기억을 되살렸다. 남편이 추천한 파란색 페이즐리 무늬가 들어간 미니 드레스를 주희씨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심사위원

고석희 교수는 미국 패션스쿨 파슨스를 졸업하고 1998년부터 사디 교수로 있다. 차주연 스타일리스트는 바자·마리끌레르·코스모폴리탄 등 패션 잡지, 방송에서 스타일링을 맡고 있다. 이정미 마케팅 매니저는 SK 네트웍스에서 타미힐피거의 시장 조사 및 마케팅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왼쪽부터)

심사위원 총평

이번 심사는 고석희 사디(SADI·삼성디자인학교) 교수, 차주연 스타일리스트, 이정미 타미힐피거 마케팅 매니저가 맡았다. 이들은 “한 브랜드에서도 각기 다른 리조트룩을 연출할 정도로 커플들의 스타일링 감각이 수준급”이라고 총평했다.

우승팀은 이씨 부부였다. ‘리조트룩’에 대한 이해가 다른 커플들보다 높아 최고 점수를 땄다. 흔히 ‘리조트룩’ 하면 해변 패션, 바캉스 패션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제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 그래서 휴가지 패션도 파티·공연 등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옷들로 꾸며야 멋스럽다는 이유다. 심사단은 리조트룩에 유용한 아이템도 꼽았다. 일단 여자라면 원피스 하나는 필수. 낮에는 카디건을 걸쳐 활동적으로 입고, 저녁에는 레스토랑이나 바에 갈 수 있어 실용적이라서다. 또 스카프는 일교차도 해결해 주지만 옷을 여러 벌 가져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이 밖에 남자의 마 소재 재킷은 티셔츠·반바지에도 어울릴 만큼 딱딱해 보이지 않는다. 다음은 팀별 심사평.

이상엽·고한은 부부
고급스러운 분위기 … 남편은 발등 보이는 로퍼 신었어야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지적이다. 무늬·컬러가 잔잔한 맥시드레스, 셔츠로 상류층 느낌을 냈다. 럭비볼 액세서리까지 분위기를 더한다.” (고)

“컬러 조화가 매우 좋다. 하늘색과 흰색, 캐멀색을 더한 감각이 특별하다. 단 남편이 목이 올라오는 운동화 대신 발등이 보이는 로퍼를 신었다면 좋았겠다.” (차)

“자유롭고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고 싶은 30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옷으로 표현한 것 같다. (이)

주원창·김유나 부부
세련된 바캉스룩 … 무늬 겹친 원피스·가방 복잡해 보여

“전형적인 바캉스 차림이지만 그라데이션 된 디자인으로 세련돼 보인다. 남편이 신은 메시(구멍이 뚫린 천)신발도 특색 있는 소품이다.” (고)

“아내의 가방이 체구에 비해 좀 크다. 이 때문에 섹시하고 귀여운 원피스가 덜 돋보인다. 남편도 벨트를 포인트로 삼았다면 좋았을 듯싶다.” (차)

“전체적인 컬러 조화나 컨셉트가 적절하다. 하지만 과하느니 덜하는 게 낫다고 원피스와 가방의 무늬가 겹쳐 통일감이 떨어진다.” (이)

안태현·안세영 부부
경쾌·발랄·깜찍 3박자 … 서로의 색깔 섞는 전략 아쉬워

“낯익은 스쿨룩 차림을 응용한 리조트룩이라 흥미롭다. 당장에라도 떠날 것 같다. 하지만 남편은 파랑을, 아내는 빨강을 섞어 입는 ‘크로스 컬러’가 아쉽다.” (고)

“티셔츠 안에 튀는 컬러의 비키니가 살짝 보였다면 어땠을까. 핑크 가방보다는 핑크 신발로 신는 게 더 예뻤을 것 같다.” (차)

“나이에 어울리는 편안한 리조트룩이다. 옷으로 이미 신이 나 보인다. 좀 더 발랄한 느낌을 주려면 티셔츠 소매까지 롤업하면 좋겠다” (이)

아이 포함한 ‘패밀리룩’ 도전
모자·배낭 등 색깔 맞추길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올 휴가엔 ‘패밀리룩’에 도전해 보자. 가족여행에서 사진 촬영은 필수일 터. 이럴 때 멋진 옷차림까지 더하면 두고두고 뿌듯한 추억이 된다. 배틀 심사단은 부모·아이가 맞춰 입는 패밀리룩 스타일링 방법도 함께 알려 줬다.

 “아이 옷보다는 부부 커플룩을 먼저 골라 기준으로 삼으라”는 게 제1원칙이다. 엄마가 우아한 맥시드레스를 입는다면 딸에게도 무릎 길이의 끈 달린 원피스를, 아빠가 데님 반바지를 입었다면 이에 맞춰 아들도 반바지를 입는 식이다. 고석희 교수는 “디자인이 튀는 옷보다는 피케셔츠·면 반바지 등 성인복·아동복에 공통으로 있는 아이템을 택하면 좋다”고 말했다. 색깔·무늬도 아이만 두드러지지 않게 통일시킬 것. 부부가 민무늬 옷을 골랐을 땐 아이 옷도 너무 화려한 꽃무늬보단 줄무늬·체크무늬가 적절하다.

 패밀리룩은 색깔의 조화가 핵심이다. 차주연 스타일리스트는 “아이의 옷 자체보다 액세서리에 컬러 포인트를 주면 좋다”고 조언했다. 어른 옷에 들어간 원색이 있다면 아이에겐 같은 컬러의 모자·배낭·신발을 골라 주는 게 정답이다. 부부의 옷이 무채색이더라도 아이에게만큼은 빨강·초록·노랑 등을 추가하면 된다. 또 장난감 같은 선글라스나 고무 끈 샌들 등으로 아이의 개성을 살려 주는 것도 방법이다. 이정미 매니저는 소재를 언급했다. “휴가지에서는 물놀이가 많은 만큼 아이 옷은 수영복 위에 덧입어도 좋을 얇은 옷이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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