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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5전쟁의 자취를 따라…대학생 답사단이 걸어간 11일간 600km의 행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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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휴전선 전적지 답사를 시작한 대학생 120명은 10박 11일간의 600km(도보 205km) 대장정 행군을 5일 마쳤다.

올해로 4회를 맞은 대한국민재향군인회의 ‘국토대장정’은 예년의 서울-부산 축선의 국토대장정과 달리 155마일 휴전선 전지역을 경유하는 코스로 전국 유일의 안보관련 행사로 의미가 남달랐으며, 이에 학생들의 참가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여학생들의 지원이 남학생들의 1.5배 이상이었다.

대학생 답사단은 두 차례의 예비교육과 6월 25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가진 출정신고를 통해 다시 한번 참가의지를 다졌다. 국립 서울현충원 현충탑에서 참배를 한 답사단은 곧바로 서부전선 애기봉 전망대로 이동하면서 본격적인 행군의 막을 올렸다.

국토대장정은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출정 신고를 마친 뒤, 서부전선 애기봉 전망대부터 동측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걸어가면서 참가자들은 남북분단의 현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들의 주요 답사지역은 ‘도라전망대- 필리핀군 참전비-평화전망대-금성지구전적비-평화의댐-펀치볼지구전투전적비-을지전망대-백골병단전적비-통일전망대’ 등의 안보현장을 눈과 발로 확인했다.

10박 11일 행군 기간 동안, 마치 60여년 전 나라를 위해 싸운 선열들의 역경을 되새기라는 듯 쉴새 없이 폭우가 내렸다. 서울에서 양양까지 약 600km(도보 205km)의 긴 거리를 행군하면서 이들의 온몸은 흠뻑 젖고 발마다 물집이 생겼다. 하지만 누구 하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행군을 계속했다.

마치 60여 년 전, 전쟁당시 영하 50도의 추위 속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적과 싸웠던 조국 선열들을 생각하며 안보에 대한 의식을 다시금 되새기는 듯 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의 긴장을 이겨내며, 적의 도발을 물리치고 우리나라를 지켜내기까지 62만 국군의 희생을 떠올리는 학생들이 많았다.

참가자 김용겸(남∙공주대학교)은 “우리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뜨겁게 지켜냈던 이 영토 이 국가를 우리는 얼마나 생각하고 있었을까? 라는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이 가장 많이 들었다”며 “우리가 걷고 있는 이 시간에도 남과 북을 가르고 있는 휴전선은 말이 없다. 다만 그 휴전선 앞에 섰을 때, ‘나는 과연 지금 이 국가의 국민으로써 당당한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 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자기가 맡은 작전에 최선을 다해 임무 수행하는 군인처럼, 내가 현재 위치한 곳에서 한 점 부끄럼 없도록 매 시간을 소중히 다루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다며 참가 소감을 밝혔다.

또다른 참가자 장혜선(여∙홍익대학교)은 “첫날 용산 전쟁기념관에서의 행사는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며 “참전용사의 이름을 호명할때에, 평소 잊고 살았던 6∙25의 슬픔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하나하나 나열할 순 없지만 지금 현재 우리가 편안하게 살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는 군인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비무장지대에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경관을 보면서 언젠가 그곳을 자유롭게 넘나들 그날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며 참가 소감을 밝혔다.

120여 명의 답사단 중에는 현역군인의 아내, 현역군인의 자녀, 6.25전쟁 참전용사의 손자 및 손녀, 해외교포의 자녀, 유학생 등 다양한 동기를 갖고 참가한 학생들이 많았다. 7월 5일 양양 제8군단 사령부에서 해대식을 가지고 공식 일정을 마친 참가자들은 11일간의 힘든 행군을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금년에 4회째 시행해오고 있는 ‘대학생 휴전선/전적지 답사’ 대장정에는 1,670명이 지원하여 14:1의 경쟁을 뚫고 120명이 선발되었다. 해가 갈수록 신청자가 증가하는 것은 젊은 대학생들에게 국가안보의식이 예년과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재향군인회 관계자는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국가 안보를 생각하는 의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번 답사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호국 안보의지를 가슴에 새기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정구 객원기자(bupdo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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