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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들이 매긴 대학 만족도 (하) 대학 다시 간다면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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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의 A대 경영학과 1학년 배모(20)씨는 1학기가 끝나자마자 서울 강남의 수능 학원을 다니고 있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자율학습을 하고 학원 수업을 받으면 오후 10시에 귀가한다. 대학 재학 중 대입에 재도전하는 반수(半修) 생활에 돌입한 것이다. 그는 “다른 대학으로 옮기려고 1학기에 최소 학점(9학점)만 듣고 반수에 대비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배씨는 A대가 불만족스러웠을까. 그는 “명문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졸업 후 여러 혜택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학원에서 여름방학에 반수하는 수험 학생만 600명. Y대 경영학과를 다니던 A씨(21), K대 인문학부를 다니던 C씨(20)도 대학을 옮기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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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R&R)’와 전국 30개 대 재학생(2~4학년 각 100명) 3000명을 대상으로 다시 입학한다면 어떤 대학을 선택하겠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30개 대 가운데 26곳에서 재학 중인 대학에 다시 입학하겠다는 비율보다 다른 학교로 옮기고 싶다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일부 대학은 재학생 100명 중 96명이 다른 대학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었지만 강의 수준과 시설, 교직원 서비스 등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입학한다면 현재 대학을 선택하겠다는 학생이 많은 곳은 서울대·연세대·한동대·전북대였다. 한동대는 재학생 100명 중 모교에 재입학하겠다는 학생이 47명으로, 서울대로 가고 싶다(25명)는 학생보다 많았다. 연세대는 100명 중 재입학 희망자(48명)가 서울대로 옮기고 싶다는 학생(45명)보다 약간 많았다.


전북대는 100명 중 모교 진학 희망자가 19명(연세대 희망 16명, 서울대 희망 13명)이었다. 지방 국립대 중 최고였다.

 분석 결과 재학 중인 대학에 다시 입학하고 싶은 학생이 많은 대학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한동대는 교수진(4위)과 교육과정 만족도(6위) 등이 우수했다. 이 대학 언론정보문화학부 4학년 이주희(23)씨는 “교수님과 팀 활동을 하면서 유대감과 결속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재학생들의 만족도가 낮은 대학일수록 이탈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종합만족도가 하위권인 수도권 K대는 재학생 100명 중 94명이 다른 곳으로 재입학하고 싶어했다. 지방대는 현재 대학을 선택하겠다는 학생이 100명 가운데 4~8명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3000명 중 1078명(35.9%)은 서울대 재입학을 희망했다.

고대·한양대 ‘재입학 희망 대학’ 3·4위

고려대·한양대는 본교 재학생들의 만족도가 평범했다. 30개 대학(각각 100명) 중 각각 6위와 16위였다. 두 대학은 등록금과 장학 혜택 등이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두 대학을 선호했다. 전국 30개 대 3000명을 대상으로 ‘다시 입학하고 싶은 대학’을 물었더니 고려대는 3위, 한양대는 4위였다. 두 대학의 전통과 역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것이다.

 고려대에 재입학을 가장 희망하는 대학생들은 동국대(재학생의 17%), 숙명여대(17%), 가톨릭대(16%)였다. 한양대는 한국기술교육대(재학생의 11%), 인하대(10%), 아주대(10%) 학생들이 선호했다.

 그렇다면 고려대와 한양대 재학생들은 어떨까. 두 대학 재학생 절반 이상이 모두 서울대를 희망했다. 고려대는 재학생의 22%, 한양대는 10%만이 다시 입학하면 현재 학교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교육의 질과 복지 등 학생들이 원하는 서비스의 업그레이드가 과제인 것이다.

 라이벌 관계인 KAIST와 POSTECH은 상대 대학에 옮기기를 희망하는 학생 비율이 낮았다. KAIST 재학생의 3%가 POSTECH으로, POSTECH 재학생의 2%만이 KAIST로 옮기길 희망했다. 종합 만족도에서 POSTECH은 1위, KAIST는 2위였다.

◆재입학 희망 대학 조사=전국 30개 대 재학생 3000명에게 일대일 면접을 통해 ‘다시 대학에 지원한다면 어느 대학에 가고 싶습니까’라고 물었다. 응답자는 4년제 일반대 114개 대학 중 한 곳을 선택했다. 그 결과를 종합 했다.

◆특별취재팀=강홍준·강신후·최선욱 기자, 김강민 인턴기자(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오지은 인턴기자(연세대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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